4월 1일 개학을 앞둔 북한 학생들이 교과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정은 등장 이후에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학생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는 탈북자 김철(가명)씨는 "당장 개학이 내일 모레지만, 새 교과서가 턱없이 부족해 과반수 학생들이 교과서 없이 수업에 참가해야 할 형편"이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 씨는 "올해 교과서를 흰 종이로 찍어준다는 학교 측의 말을 듣고 학생들의 기대감도 컸지만, 개학 일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도 새 교과서는 고사하고 헌 교과서도 두 명이 하나씩 나눠보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학교 당국의 말을 믿고 파지 5kg씩 바친 학생들의 실망은 컸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대신 북한 장마당에는 새 교과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장마당에는 중학교 수학 교과서와 영어교과서는 물론 시내 책방에도 없는 영어사전이나, 중국어 사전도 돈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일반 중학교 교과서는 보통 1,000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씨는 "이렇게 교과서와 학습장, 학용품을 마련하는데도 보통 3만원은 써야 한다"며 (북한 근로자) 한 달 노임(월급)이 2천원인데, 자녀의 교재비용도 우습게 볼 게 아니라고 김 씨는 혀를 찼습니다.
3년 전에 북한을 떠나온 함경북도 출신의 박수일(가명)씨도 "학교엔 교과서가 없어도 장마당에는 교과서부터 학습장까지 없는 게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수일>
“장마당 나가면 고양이 뿔 내놓고 다 있지 않습니까, 저도 중학교에 올라오면서부터 교과서를 30%정도는 사서 썼지요”
박 씨는 자기 학급은 약 30명 인원이었지만, 교과서를 가진 학생은 불과 10여명도 안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교과서가 없으니, 학생들이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율이 크고, 지방의 학생들의 실력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교과서가 부족하기는 북한 대학교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5년 전에 북한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한 한 탈북자 대학생은 “강의 시간에 교원들이 교과서를 필기시키는 게 일이었다”면서 “90분 강의시간에 5~6장 정도 받아 쓰다보면 손목이 부어오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이 탈북 대학생 역시 장마당에는 대학교재들이 많았다면서 예를 들어 ‘해부학’과 같은 의학도서는 본 가격의 10배에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무상으로 공부한다는 이야기는 이젠 옛말이라면서 대학입학에서 교과서와 학습장까지 구입해서 공부하자면 밑천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