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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즉 조총련이 오랜 침묵을 깨고 김정은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내부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조총련은 북한에서 김정은 세습 체제가 굳혀졌음에도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또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가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 동포임에도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않았습니다.
‘3대 세습 체제’에 대한 재일 동포 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 세습 체제에 대한 학습을 강요할 경우 조직원들이 조총련을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일어 날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총련이 오랜 침묵을 깨고 김정은 후계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신 후계자 문제에 대한 바른 관점과 자세’라는 내부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케이 신문이 4일 보도한 것을 보면, 이 내부 자료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한 한달 후인 10월 하순 경 조총련 내부 회의에 제출됐습니다. 조총련 내부 자료는 “정통성에 입각한 후계자 추대를 세습제라고 떠드는 것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비난하면서 “적이 악 선전하는 의도를 꿰뚫고 자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세습 체제 비판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제시했습니다.
조총련 내부 자료는 또 “탁월한 인물이 혁명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빛나는 업적을 쌓고 인민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어 후계자로서 권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 세습 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선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조총련 내부자료는 또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나자 일본 정부가 조총련계 고등학교에 대한 학비 무상화 적용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중단한 처사를 비난하면서, 조총련 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의 내용을 변경하라는 압력에는 절대 굴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시사 주간지 ‘아에라’가 최근 보도한 것을 보면,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는 재일 동포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오사카 쓰루하시에서 1953년 6월에 태어났습니다.
고영희의 부친 고태문(1920년 생)은 제주도 출신으로 13세 때 일본으로 건너와 유도 6단의 실력을 쌓았습니다. 그후 쓰루하시에서 유도 사범을 하다가 1961년 북송선을 타고 가족과 함께 북한으로 건너갔습니다.
고태문은 또 50년대 중반에는 ‘다이토잔(大同山)’이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프로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출신의 프로 레슬링 선수 역도산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스스로 프로 레슬링 계에서 은퇴했습니다.
한편 고태문의 딸 고영희는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들어 만수대 예술단의 주연급 무용수로 발탁됐습니다. 1973년에는 일본을 방문해 일본 각지에서 순회 공연을 벌인바 있습니다.
‘아에라’에 따르면 고영희가 태어난 오사카 쓰루하시의 집은 그후 재일동포 실업가가 살다가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곳을 김정은의 생모가 태어난 ‘위대한 성지’로 지정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에라’에 따르면 일본에서 3류 프로 레슬링 선수로 활동한 고태문의 전력은 북한의 ‘혁명 전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