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잇는 ‘룡정-칠보산 관광사업’ 고전

0:00 / 0:00

MC:

북한과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지난 5월, 중국 룡정과 북한 칠보산을 잇는 관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변경관광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목표 아래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칠보산 관광을 다녀왔다는 연변의 조선족 박 모 씨는 “당초 갈 때부터 북한 당국의 통제가 있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예상보다 통제가 너무 심해 관광하는 기분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원거리를 촬영하는 망원렌즈 카메라는 소지할 수 없었고 사진 촬영이 허용된 지역이라 해도 건물이나 북한 주민 모습이 들어가면 무조건 삭제당한다고 박 씨는 설명했습니다.

“2박3일 관광을 다녀왔는데 기념이 될 만한 사진 한 장 찍은 게 없다”는 박 씨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씨는 또 “같이 다녀온 일행들 모두 비슷한 불평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룡정-칠보산 관광 코스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 정부가 변경 관광코스 다각화를 위해 2008년부터 북한과 협의해 4년만인 올해 5월 30일,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북한 단체관광 허용과 맞물려 기대를 모았지만 관광 시작 2개월 여 만에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박 씨의 얘기가 이 관광 상품이 외면당하는 원인을 잘 설명합니다. 북한 당국이 관광객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관광업자들의 불만도 똑같습니다.

연길시에 있는 여행사에서 일하는 주 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 통화에서 “칠보산 관광코스가 개설될 당시에는 여행상품이 꽤 잘 팔렸는데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씨는 한번 다녀온 사람들의 불평, 불만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 한족이고 조선족이고 다 관심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룡정에서 삼합(싼허; 三合)통상구를 거쳐 북한의 명산으로 꼽히는 칠보산을 둘러보는 룡정-칠보산 관광코스는 변경관광으로 분류돼 중국 국민들은 단체관광의 경우, 비자 없이 통행증만으로 관광할 수 있습니다.

룡정-칠보산 관광 코스는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외칠보와 내칠보를 둘러보는 일정인데 요금은 수속비를 포함해 인민폐 천5백 위안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 단체관광금지조치를 4년 만에 해제함으로써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전면 허용한 바 있습니다.

중국 국가 여유국은 지난해 3월 길림성 백산시와 장백현에서 북한의 혜산을 잇는 관광코스와 연길, 훈춘, 방천(防川)에서 북한 라진과 청진을 연결하는 관광코스 신설을 추진하는 동북지구 관광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코스는 아직 개통조차 되지 않아 북-중 관광 활성화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