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재일교포 북송과 대남공작선으로 한 때 유명세를 떨쳤던 북한의 화물여객선 만경봉호가 이번엔 나진항과 고성항을 연결하는 관광 유람선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만경봉호를 이용해 나진에서 금강산을 다녀오는 시범관광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두 척의 만경봉호가 있는데, 이 중 큰 배가 '만경봉 92호'입니다.
만경봉 92호는 9천 7백 톤급으로 수용인원은 35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
] 이번 금강산 시험관광에 띄운 배는 만경봉 92호로 확인됐습니다. 만경봉 92호는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맞아 조총련계에서 약 4천만 달러를 모아 1992년 북한에서 만든 선박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만경봉 92호는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북한 미녀 응원단을 태우고 부산항에 들어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만경봉호는 처음엔 원산과 일본 니가타항을 오가며 재일동포 북송사업을 벌였던 배입니다.
[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 만경봉호는 3천 5백 톤급으로 이젠 낡은 배에 불과한데요. 1959년 북송사업을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9만 3천 여 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북송자중엔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 배우자들도 1천 5백명 이상 포함돼 있습니다.
1959년 발간한 조총련기관지 ‘조선총련’에는 북한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즐거운 노동과 행복한 생활로 웃음과 노래가 시처럼 흘러가는 곳.” 그리고 “인민의 열성과 창의에 의해 건설된 지상 낙원.”
재일동포들은 북한의 이런 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탔던 것입니다.
만경봉호는 또 대남공작선으로도 이용됐습니다.
[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 북한과 조총련계를 잇는 중간 거점 역할을 했고요. 그리고 대남공작선으로도 활동했는데요. 실례로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가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배후에 바로 만경봉호가 있었습니다.
만경봉호는 1984년 북송사업을 접고 일본과의 수출입을 위해 화물선으로 용도 변경이 이뤄집니다.
그러다가 200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일본이 그해 북한 만경봉호의 자국 입항을 금지해 원산과 일본 니가타항을 잇던 뱃길이 끊기게 됩니다.
중국 연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소식통, 김재성(가명) 씨의 말입니다. 김 씨는 북송교포 2세입니다.
김재성
: 요즘 만경봉 92호가 거의 할 일이 없습니다. 일본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갈 수가 없잖아요. 당연히 친척들도 볼 수 없고요.
지난달 30일 나선항에서 출항한 만경봉 92호는 현재 강원도 고성 항에 정박 중이며 2일 관광객들을 태우고 다시 나진항으로 귀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