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권력기관, 여행증 발급때 달러 요구

MC:

북한 권력기관 종사자들이 직권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가운데, 요즘엔 통행증을 발급해주고 달러를 받아 주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중국에 들어온 40대의 북한 주민 김정화(가명)씨는 “요즘 돈 없으면 북한에서 여행도 할 수 없다”며 노골화된 보안원들의 뇌물 수수행위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폭로했습니다.

김 씨는 “증명서 발급 기관인 인민위원회 2부가 뇌물을 요구하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요즘엔 달러나 위안화를 요구할 만큼 입도 커지고 지능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황해남도 해주시 인민위원회 2부과의 모 지도원은 노골적으로 “빨간 줄(평양증명서)은 30달러, 파란 줄(국경통행증)은 20달러”, 이런 식으로 외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양 통행증에 빨간 줄이 대각으로 쳐져 있고, 국경통행증에 파란 줄이 쳐져 있는 점을 감안해 2부 지도원들이 음어를 사용해 뇌물을 종용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미화 30달러는 암거래 환율로 볼 때 북한 돈 8만 원으로, 일반 노동자 월급(1,500원)의 50배에 달합니다.

또, 달러만 주면 아무리 어렵다고 하는 평양 통행증도 다음날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김씨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주민들은 부모의 사망 등 해당 사유가 돼도, 평양 여행증명서를 받자면 한 달 정도 걸린다는 게 이 주민의 설명입니다.

북한 보안원들이 달러를 요구하는 이유는 보관하기도 쉽고, 다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덧붙였습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증명서를 얻는다고 해도 여행을 쉽게 가는 건 아닙니다.

기차에 오르면 열차 승무 보안원들이 뇌물걷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한 중국 화교는 “평양에서 신의주로 가는데 열차 보안원들이 무려 5번이나 증명서 검열을 했다”면서 “보안원들이 사람을 단속하는 게 아니라, 승객들의 짐에 더 눈을 밝힌다”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이 비록 증명서를 완벽하게 갖췄어도 “여행증의 누깔번호(숫자 조합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면서 단속 칸으로 데리고 가서는 뇌물을 바칠 때까지 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화교도 증명서를 회수 당했다가, 북한돈 2만원(7달러)을 주고야 겨우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화교는 “한쪽에선 사람들이 굶어죽어도, 열차 승무 보안원들은 세이코(SEIKO) 시계를 차고, 고양이 담배만 피운다”면서 “이들이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가지고 어떻게 한 갑에 2천 원이 넘는 담배를 피울 수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중국 화교는 “북한 보안원들도 ‘그래야 우리도 좀 먹고 살지 않겠는가’고 뇌물수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깊게 뿌리내린 북한 권력기관의 뇌물 구조를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