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간 민간차원 협의 잇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부간 민간차원의 논의인 트랙 2 (Track II) 협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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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 (NCAFP)가 최근 뉴욕에서 주최한 회의는 대표적인 트랙 2 협의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비공개 회의에는 특히 오바마 진영의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과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이 참석해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역시 트랙 2 협의인 '동북아시아협력대화 (NEACD)'는 오는 1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이어 아시아 태평양 안보협력이사회 (CSCAP)도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대량살상무기 분과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트랙 2 협의에는 남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또 지난 4월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수석고문인 토니 남궁 박사를 필두로 평양을 방문했던 8명의 미국 전직 관료와 북한 전문가도 현재 트랙 2 협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이 비정부간 민간차원의 트랙 2 협의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까지 3개월이 남았고, 취임 후 새로운 외교팀을 짜려면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 외교정책의 공백기에는 정부 차원의 논의인 트랙 1 (Track I)보다 트랙 2 협의가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미북한위원회 (NCNK)'의 카렌 리 사무총장은 트랙 2 협의는 앞으로 몇 개월간 오바마 진영의 여러 외교팀 내정자 (future appointees)에게 비공식, 혹은 개인자격으로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하는 좋은 자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보직에 북한 핵문제에 정통하고, 북한 측 협상가들을 잘 아는 인사를 임명하겠지만, 향후 트랙 2 협의를 통해 미리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에서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수석자문관을 지내면서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씨는 트랙 2 협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뱁슨 전 자문관은 지난해 11월에 전미외교정책협의회 (NCAFP)가 주최한 금융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기광호 재무성 대외금융담당 국장을 비롯한 북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Bradley Babson: I don't think you are going to get any concrete policy-level, even Track II meetings until the decision-making apparatus within the new administration is pretty well established and in place...(향후 트랙 2 협의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된 결정이 나올 수는 없을 겁니다. 새 미국 행정부의 (북한 관련) 의사결정기구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는 당분간 미국과 북한은 상호 입장을 탐색하는 과정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뉴욕 트랙 2 회동에 참석했던 미국 사회과학원 (SSRC)의 리언 시걸 박사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핵검증과 관련한 문제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열릴 다양한 트랙 2 협의에서 북한 측이 양국 간의 현안에 대해 더 열린 태도를 취해 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Leon Sigal: They want a fundamental reorientation of the relationships they have with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Japan from one of enmity to one of reconciliation...(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적대에서 화해로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향후 트랙 2 협의에서 이런 제반 문제를 논의하는 데 관심을 표해야, 트랙 2 협의에서 나온 내용들이 나중에 유용하게 (정책에)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 태평양포럼의 랠프 코사 (Ralph Cossa) 소장도 정부 관계자들이 부담 없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트랙 2 협의가 당분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요한 대화창구가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북한 측이 미국 측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