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외화벌이 일꾼으로 해외에서 한차례 근무한 해외무역 대표는 반드시 교체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임한 인사를 다시 해외무역대표로 파견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해외주재 북한 무역대표들이 일정 기간 후 해외에 다시 파견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중국의 대북 무역상인들은 “북한 무역부문에도 회전문 인사가 성행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의 조선족 대북 무역업자 이 모 씨는 “5년 전에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던 단둥 주재 북한무역대표가 최근 전화로 베이징주재 무역대표로 다시 나왔다면서 연락이 왔다”고 밝히면서 “한편 반갑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북한 무역대표가 다시 파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출신 화교로 대북 무역상인 왕 모 씨도 “최근 북한 무역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재파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다만 지난번 주재지역과 다른 지역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지켜온 해외 무역주재원 재파견 금지 원칙을 깨고 무역대표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다시 파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주재 경험이 없는 사람을 신규주재원으로 보낼 경우, 업무를 파악하고 무역 파트너를 찾느라 상당기간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얘깁니다. 무역거래 실적이 급한 북한 당국이 어쩔 수 없이 경험자들을 재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은 “당장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주재원이 다시 해외로 나가기 위해 강력히 사업(로비)을 해서 소속 단위를 바꿔 다시 나오기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과거 주재원으로 근무했을 당시의 실적이 좋아야 하고 힘있는 실력자들의 뒷배가 없이 해외 주재원으로 다시 파견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중국주재 북한무역대표들을 “컴퓨터 조작에 능숙하고 중국어에 능통한 젊은 사람으로 대폭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해외주재 무역대표 교체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과거 해외 주재원들의 재파견을 철저히 금지했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현상이며 김정은 체제로 접어들면서 생겨난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