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차 암표 값 ‘정상가의 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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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북한에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열차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나 철도 당국자의 부정부패 때문에 열차표 값은 국가가 정한 가격에 최고 20배를 더 줘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을 자주 오가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열차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국정 가격을 물어보느냐, 야매표(암표)값을 물어보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옵니다.

국정가격은 얼마고 야매표, 남한에서 말하는 암표 값은 얼마냐고 되물으면 “국정가격으로는 표를 사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대충 500~600원쯤 할 것이고 암표 값은 만원에서 만이삼천원 한다”고 대답합니다.

암표값이 정상가격의 거의 20배에 달한다는 애깁니다. 암표 한 장 값인 만 이삼천원은 북한 노동자들의 3~4개월 노임에 해당하는 큰돈입니다.

여객 손님이 많은 휴가철이나 명절 때 암표 장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상 요금의 20배가 넘는 암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겁니다.

최근 자유 아시아 방송 (RFA) 기자를 만난 평양 주민 이모씨는 “중국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다니기 때문에 그 때마다 신의주-평양 간 열차를 이용하지만 단 한 번도 국정가격으로 표를 사 본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열차 야매표 값이 국가에서 정한 가격과 터무니없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열차표를 파는 철도 요원들의 부패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씨는 설명합니다.

“표를 파는 역에서는 조직적으로 표를 빼돌려 파는데도 이를 단속하는 기관은 없다”며 “철도 당국자들과 이를 단속해야 할 기관이 한 통속이 돼 서로 짜고서 인민들의 등을 치는 것”이라고 이 씨는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열차 암표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는데 대해 이 씨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폐개혁의 부작용이 그 원인이라는 주장입니다.

평양 주민 류 모씨는 화폐 개혁 이후 물가가 올랐는데도 국가가 화폐 개혁 당시 정한 표 값을 그대로 국정가격으로 방치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류 씨는 실패한 화폐개혁 직후 책정한 요금은 이미 더 이상 현실성이 없는데도 그대로 방치해 야매표값만 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류 씨는 “국정가격과 암표가격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열차요금 체계에 비하면 차라리 개인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써비차 요금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써비차나 버스가 이따금 등장한다고 해도 열차는 여전히 북한에서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개인이 편법으로 운행하는 서비차도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아직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표를 둘러싼 관료들의 비리와 현실성 없는 표값 책정은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