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김정일 추모행사 주민들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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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행사가 북한 전역에서 진행되는 모습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트뷰에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에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주민들의 불편함도 이만 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고 김정일 위원장을 추모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운영하는 유트뷰 동영상 사이트에는 평양방직공장과 대동강 과일종합가공공장,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추모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녹취: 평양방직공장 추모행사장>

수많은 공장 종업원들이 둘러선 가운데, 버스 확성기로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리자, 수백 명 노동자들이 오열을 터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선 노동자들의 고성은 큰 반면, 카메라 뒤에 선 노동자들의 표정은 무뚝뚝하기만 합니다.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진실로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김일성 사망 때는 주민들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배급도 끊어진지 오래고, 자체로 벌어먹고 사는 시대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고갈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여름에 사망한 김일성 전 주석과는 달리 한겨울에 사망한 김 위원장의 추모행사는 여러모로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선, 추운 혹한 속에서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우상화 건물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19일 공개한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에서는 실내에 세워진 김정일의 선전화 앞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 끓고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평양방직공장 추모장 앞에 모인 주민들 중에는 장갑도 끼지 못하고, 겨울 동복도 입지 못하고 홑옷차림으로 나온 모습도 보입니다.

또, 김 위원장의 빈소가 마련된 조의 장소나 연구실경비를 서야 하는 주민들에겐 한 겨울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3년 전에 나온 한 탈북자는 “애도기간에는 김정일 동상이나, 사적물, 선전화 경비를 한 사람이 2시간 이상씩 서야 한다”면서 “한 겨울에 발이 얼어들고, 자칫하면 동상까지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김정일 추모식장에 들고 갈 꽃을 마련하기도 버거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탈북자는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했을 때는 여름이라, 들판에 생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꽃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 주석의 추모행사의 경우, 북한당국이 생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해 주민들 속에서는 생화 습격 사건까지 벌였다고 이 탈북자는 떠올렸습니다.

또 산에 있는 도라지꽃, 들국화까지 뜯다 못해 외화를 들여 중국에서 비싼 생화를 수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차분히 당국의 요구에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추모기간에 제기되면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착 탈북자의 말입니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 한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주의해야 겠다고 알아서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1994년 김일성 추모기간에 술을 마신 어느 한 지방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괘씸죄에 걸려 대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쫓겨난 사례도 있다고 한 탈북자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