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맞은 북한 Q/A

북한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총체적 난국을 맞았습니다. 고질적인 식량난에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단행한 화폐 개혁과 시장 폐쇄가 엄청난 후유증을 내며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엎친 데 덥친 격으로 물자 부족으로 인플레이션까지도 일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의 원성이 이만저만한 정도가 아닙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2010년에 들어와서 그동안 쌓였던 여러 요인 때문에 총체적인 난국을 맞았다고 평가됩니다. 우선 이 난국의 내용부터 설명을 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은 고질적인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작년에 실시했던 제2차 핵실험 때문에 유엔의 경제 제재도 받고 있습니다. 남조선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마저도 끊겨 국가 경제의 운용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작년 12월에 실시한 화폐 개혁마저 물자 부족이 겹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며 실패로 끝났습니다. 올해 초에 단행했던 시장 폐쇄도 현실을 무시하면서 저항 세력을 견제하려는 정치적인 목적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마침내 곳곳에서 아사자를 내며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급기야 북한 당국은 시장을 다시 허용하기에 이릅니다. 이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건강과 나이를 고려할 때 후계자로 내정된 세째 아들을 위해 하루 빨리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뇌졸중, 신부전증에다 후두염까지 도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앵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김영일 내각 총리가 2월5일 공개 사과한 일이 단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김 총리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모인 인민반장과 일반 간부에게 화폐 개혁으로 발생한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사과를 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화폐 개혁으로 일어난 후유증 때문에 인민의 불만이 거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또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18일 북한 당국이 시장을 무조건 종전처럼 열고 시장 내의 식량 거래를 절대로 단속을 하지 말라고 공안기관에다가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조선정책 특별대표는 2월3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 나와 “후계자 세습과 화폐 개혁이 뒤엉켜 집권층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난국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가 없는 사항이 고질적인 식량난입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떠한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이 2010년에 부족한 식량은 129만 여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북한의 한 해 식량 수요량은 540만 톤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의 2009년 생산량이 411만 톤으로 추정돼 부족분은 129만 여 톤으로 나타났고 이는 북한 주민 전체가 약 4개월 간 소비할 분량입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에서 수해와 냉해가 겹치는 바람에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식량 생산량을 501만 톤으로 보고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추산치보다도 90만 톤이나 많은 분량입니다. 이런 현상은 북한 당국이 도정을 하지 않은 식량으로 보고를 해서 나왔다고 분석됩니다. 그래서 북한의 FAO 보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대북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역시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는 북한 경제는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북한 경제의 무역 의존도와 무역 적자는 꽤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년 12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대외 거래 규모는 2000년 24억 달러, 2004년 35억 달러, 2008년 56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의 북한 국내총생산(GDP)을 150억 달러로 추산할 때 북한의 무역 의존도는 GDP와 대비해 40%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에서 가장 자립적인 경제 구조라는 북한 경제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대외의존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역 적자는 2000년 9억 달러, 2004년 10억 달러, 2008년 1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00년대 들어서 북한에 들어온 해외 자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처리했다고 KDI는 추정했습니다. 이밖에도 1인당 GDP는 600-700 달러로 추정돼 20년 전의 수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이런 총체적 난국은 어디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 지도부가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며 자유경제 체제 대신에 계획경제를 고수하는 한편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획경제는 인민의 복지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소련과 다른 동구권의 붕괴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지도부는 케케묵은 제도를 실시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뻔합니다. 개혁과 개방을 하면 전제주의(專制主義) 체제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전제주의 체제를 유지해야 그동안 저지른 학정, 개인 우상화 등에 관한 비밀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선전한 거짓말을 계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개혁과 개방을 하면 이런 사항은 하루아침에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정권 안위에 문제가 생깁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서 인민의 복지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어 전제주의와 계획경제에 매달렸고 그 결과 이런 총체적 난국을 초래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도로는 무엇이 있을 수 있나요?


기자:

중국에 기대는 방도가 있습니다. 한국도 총체적 난국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비핵화를 비롯한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탈출구는 중국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이 사태를 돌파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5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화폐 개혁의 실패로 급격히 악화한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면 최대 지원국인 중국의 경제 원조가 이젠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왕가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방문과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은 이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에서 지금의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이 급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연구원은 그렇게 전망합니다. 2012년 이후 김 위원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군부 쿠데타와 같은 지도부의 변동, 주민 소요와 폭동, 난민 발생 같은 급변 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고도 내다봤습니다. 권력 구도와 관련해서 세습 체제,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 체제, 군부 실력자 1인의 통치 체제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극도로 혼란한 와중에서는 당과 군의 하부 조직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권이 빠르게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이 맞은 총체적 난국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