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박물관 ‘한국전 60주년 특별전’

MC:

미국의 중부 미주리주에 자리한 트루먼대통령박물관에서 한국전 발발 60주년을 기리는 특별전시회가 지난 27일 막을 열었습니다. 냉전시대의 한국전을 재조명하는 이 전시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제33대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미국군의 한국전 참전을 결정한 인물입니다. 미국의 중부 미주리주에는 이 대통령의 이름을 딴 ‘트루먼대통령박물관(Harry S. Truman Library and Museum)’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이 박물관의 클레이 보스키(Clay Bauske) 수석 전시책임자(curator)는 미국인들에게서 ‘잊혀진 전쟁’으로 남아있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Memories of Korea(한국에 대한 기억)’이라는 특별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한국전쟁에 관한 기록영화, 사진,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인터뷰, 참전 용사들이 한국에서 수집한 물건과 병사들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등 방대한 한국전 관련 자료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클 디바인(Michael Devine) 박물관장은 특히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부통령이 된 지 불과 82일 만에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 트루먼 대통령의 일기장도 공개된다고 말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의 젊은 병사들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파견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디바인 관장: 트루먼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 후에 국제연맹이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를 점령하고, 독일의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며, 일본이 중국까지 뻗어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유엔이 공산주의와 독재를 막고 세계 평화를 유지 해야 한다고 여겼고 미국도 그에 협조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다고 디바인 관장은 설명했습니다. 한국전 참전 용사, 그들의 부모나 친척이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들에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인해 자식이 죽었다고 비난하는 편지도 있었지만, 북한이 남한을 침략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가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그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디바인 관장은 전했습니다.

또한, 이번에 전시된 트루먼 대통령의 일기장은 정전협상을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겪은 갈등과 당혹감을 보여준다고 디바인 관장은 덧붙였습니다.

디바인 관장: 1951년 평양에서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정전 협상을 시작하면서 트루먼 대통령이 얼마나 당혹해 했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두 공산주의 국가가 자꾸 속임수를 쓰는 등 마치 지하 조직의 두목을 다루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The situation in the Far East is becoming more and more difficult. Dealing with Communist governments is like an honest man trying to deal with a numbers racket king or the head of a dope ring. The Communist government, the heads of numbers and dope rackets, has no sense of honor and no moral code.” 1952년 1월 27일 트루먼대통령의 일기에서

디바인 관장은 전시물이 단순한 전쟁 기록이라기 보다는 직접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이 한국전으로 인해 어떻게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는지를 영상물이나 편지로 설명하고 냉전시대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00년경에는 우주비행사가 된 존 글렌(John Glenn) 상원 의원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유명한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와 같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수십 년전의 전쟁 체험을 담은 영상테이프도 전시돼 있습니다. 이 영상자료를 통해 한국군은 물론 이처럼 유명인사가 된 한국전 참전용사의 냉전시대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적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디바인 관장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