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마른 태풍'으로 불리는 제15호 태풍 불라벤이 28일 저녁 북한을 지나며 소멸됐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강풍에 의한 도시 기반시설 파괴에 대해 잇달아 보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살림집 피해가 더 컸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역대 한반도에 몰아친 가장 강한 태풍 중의 하나로 꼽히는 불라벤이 28일 오후 황해남도 옹진군에 상륙해 북한 내륙지방을 관통하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의 조선중앙통신은 28일 “태풍의 영향으로 황해남도에서 450여 그루의 가로수가 넘어졌고, 해주시에서는 송전선이 파괴돼 공장, 기업소들과 가옥들에 대한 전력공급이 끊겼다”며 태풍 피해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제15호 태풍 불라벤으로 인한 산업시설의 피해보다는 “개인 살림집들의 피해가 훨씬 컸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들의 지붕이 일부 벗겨진 것 외에 양강도의 산업시설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대신 혜산시 마산동과 연봉동 등에 있는 개인 살림집들이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 살림집들의 경우 ‘땅집’으로 불리는 단층 살림집들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가장 많게는 울타리와 굴뚝이 넘어진 것”이라며 지붕이 파손된 집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굴뚝들과 울타리가 넘어지고 뒤엉켜 마치 그 모습이 쑥대밭 같았다”며 “단순히 양강도 뿐만 아니라 이번 태풍이 지나간 곳은 어디든지 단층 살림집들의 굴뚝이 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굴뚝들이 넘어진 것은 “북한의 단층 살림집들이 판자로 굴뚝을 만들어 맨 땅바닥에 세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울타리도 대부분 판자로 만들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불면 견딜 수가 없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소식통은 “평양시를 제외한 도시들과 농촌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70% 이상이 단층살림집에서 산다”며 “아파트가 적다나니 개인들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청진시도 강한 바람이 몰아쳐 송전탑과 가로수들이 넘어지고 공장 지붕들이 날아간 것을 비롯해 적지 않은 피해가 났다고 들었다”며 “전화가 되는 걸 보니 그나마 전신주는 무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전기가 원래도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송전탑이 넘어진 데 대해 별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공장 기업소들도 이미 다 멎은 상태이기 때문에 산업시설에 피해가 났더라도 주민들의 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