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유엔 북한 대표부 앞에서 시위

최근 중국 청도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던 탈북자 30여 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될 예정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최근 미국에 사는 탈북자들이 북한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가두시위를 벌였습니다.

0:00 / 0:00

보도에 이진서 기잡니다.

"김정일은 공개처형 당한 우리 아빠 살려내라" "김정일은 개성공단 한국인 즉시 석방하라" 유엔 북한 대표부 앞에 모인 탈북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푯말의 구호들입니다. 미주탈북자선교회 소속 탈북자들은 지난 5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북한 유엔대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북송된 탈북자의 처벌과 자국민에 대한 반인륜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의 마영애 회장입니다.

마영애: 북한 정권에 너무 속아 살았고 그 정권에 가족을 잃은 사람으로서 김정일 독재자 때문에 30만이 넘는 탈북자들이 배고파서 북한 땅을 떠났고, 남의 땅에서 짐승처럼 쫓겨 다니고 여자들이 팔려 다니고, 아빠, 엄마 죽은 고아들이 남의 땅에서 빌어먹고 거지처럼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걸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이날 시위에는 탈북자 출신인 마 씨와 아들 최효성 군을 비롯해 국군포로의 아들인 최은철 미주탈북자선교회 사무국장 그리고 중국에서 북송되고 나서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평양예술단 단원 이윤미 씨가 참석했습니다. 모두 탈북자입니다.

특히 올해 19살의 최 군은 탈북했던 아버지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되고 나서 지난 2004년 북한에서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런 비극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최효성: 북한 사람들이 도망치는 이유가 결코 욕심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배고픔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달해서, 가족이 전부 굶어 죽으니까 못 견뎌서 중국으로 나온 겁니다. 중국으로 나와서 식량을 구하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민족의 반역자로 몰아서 북한 당국은 죽이고 있습니다. 자기들 가족이 직접 당해 봐야만 그 고통이 어떤지 알 겁니다.

선교사인 최 사무국장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측 직원을 억류하고 있으면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미국에 사는 탈북자들이 나서게 됐다고 말합니다. 최 씨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심각히 위협하는 북한 당국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푯말시위를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최은철: 지금 개성공단의 한국 직원이 북한에 억류당했잖습니까?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잘 정착했다고 한 말을 가지고 말 잘못했다고 누명을 써서 억류했잖아요. 그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했고, 국군포로와 납북된 사람을 한국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기사가 나가면 북한 대표부는 북한 정부에게서 눈알 빠지게 욕을 먹는 거죠. 탈북자 시위를 저지 못했다고...

탈북자선교회는 아울러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의 석방도 함께 촉구했습니다. 마 씨는 만약 이번 사태가 오래가게 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강제 억류자들의 조기 석방과 재발 방지를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인권 단체인 피랍탈북인권연대는 북한에 납치됐다 탈출한 어부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북한 유엔 대표부에 항의 방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마 씨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배재현 이사장은 이번 북한대표부 앞 시위는 미국에 사는 탈북자들이 했다는 데 그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배재현: 직접 그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위함으로써 미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미국 관계자, 미국에 있는 동포들 나아가 온 세계가 북한 인권에 더 관심을 가져 달라는 의미에서 시위를 하는 겁니다.

미주탈북자선교회 회장이면서 평양예술단을 이끄는 마영애 씨는 유엔 북한대표부 앞에서 시위한 데 이어서 이달 20일, 워싱턴 인근에 있는 버지니아 주를 방문해 북한인권의 실상에 관해 한인교회들을 찾아가 증언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