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사건 논의 Q/A

유엔 안보리가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어떤 논의를 하고 어떤 제재를 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안보리는14일부터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남북한에 대해서 갖는 국제정치학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어떠한 복안을 갖고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6월4일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마침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설명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기자: 이 대통령은 '평화에 대한 위협'과 '이에 대한 응징'을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이유로서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9차 샹그릴라 안보회의에 참석해서 "북한의 핵 문제와 천안함 도발은 한국은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전제한 뒤 "잘못 손을 대면 더 큰 화를 입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회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를 일으켜 평화와 국제 질서를 깨뜨렸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국제 사회의 차원에서 물어야 한다는 점이 회부 이유의 핵심입니다.

앵커: 이 대통령은 안보리 회부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의미를 어떻게 짚을 수가 있습니까?

기자: 천안함 사태의 안보리 논의는 우선 국제 사회가 북한의 행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안보리 논의는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 가운데 가장 상징성이 큰 사항입니다. 안보리처럼 대표성을 갖는 기관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소리가 나와야 북한의 행동 반경을 더 좁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이유 외에도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이유가 명백합니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행위가 유엔헌장 7장과 유엔군을 당사자로 하는 정전협정 2조의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두 가지의 이유 때문에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안보리에서 14일 시작된 천안함 사태의 논의가 한국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현재 적습니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정부의 민관 조사단이 내놓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이렇다할 명시적 의사를 표시하기 않기 때문입니다. 두 나라의 이런 태도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 대한 견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설령 민관 조사단의 수사 결과를 과학적으로는 인정한다고 해도 안보리 토의와 표결에서는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처럼 국제 사회에선 종종 사건의 진실보다 국제정치학적인 이해 관계가 우선합니다. 따라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이들의 태도를 바꾸는 데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중국과 러시아가 천안함 사태에 관한 한국의 수사 결과에 어떤 태도를 보여 왔습니까?

기자: 두 나라가 모두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진강 대변인은 10일 "중국은 유관 당사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수호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출발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면서 안보리의 개입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친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외교통상부의 천영우 제2차관이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중국은 이 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데 반대하며 설령 의장성명을 채택한다해도 북한을 특정하거나 규탄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침몰의 원인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이런 태도는 한국의 수사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앵커: 한국은 14일 안보리에서 수사 결과를 이사국에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북한도 뒤늦게 소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맞대응 식의 외교전으로 합의 도출은 더 어려워지지 않나요?

기자: 남북의 외교전으로 합의 도출이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군 합동조사단은 이사국을 상대로 천안함 수사에 관한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북한도 맞불놓기 식의 소명 기회를 가졌습니다. 북한은 조사 결과를 완전히 부인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남북한 간의 진실 공방으로 변질시켜서 안보리가 결론 자체를 유보하게 하려는 속셈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가운데 국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수사 결과에 문제가 많으니 천안함 사태의 논의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과 북한에 보내 역풍을 맞았습니다. 이 서한은 북한의 선전/선동 공세에는 호재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14일 안보리 회의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여연대의 서한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남북한은 15일에도 설명회와 기자회견으로 외교전을 계속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당초 예상하던 바와 달리 약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나요?

기자: 그렇다고 보입니다.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요지부동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바라던 안보리 조치는 1)대북 결의(resolution)와 2)의장 성명(presidential statement)입니다. 대북 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응 조치로 1)제재 결의와 2)일반 결의로 나누어집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의 날조라고 하는 북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대해서도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의 채택은 어렵고 의장 성명으로 낙착을 본다해도 북한을 특정하지 않은 성명이 막판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의장성명에 북한의 책임을 명기하고 북한 지도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으려 합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안보리가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북한에 대해서 제재 결의를 채택한다 해도 그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미국 일간 신문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4일 그런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경제라고 할만한 체제를 갖추지도 않은 나라에 경제 제재를 강화한다해서 얻을 효과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약 400억 달러로 카메룬에 이어 97위입니다. 또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1700달러로 방글라데시 또는 짐바브웨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북한이 너무 가난하고 제재에 따른 인민 저항을 기대할 수 없어 경제 제재의 효과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일각에서도 이런 견해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천안함 사태의 안보리 논의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