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의장 성명 이후의 한반도 Q/A

한반도 정세가 천안함 사태에 관한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온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끕니다. 북한 외무성은 10일 성명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며 6자회담의 재개라는 출구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1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 같은 제시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밝혀 6자회담을 바로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온 이후 예상되는 한반도 정세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한반도 지역의 난제였던 천안함 사건은 일단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오면서 큰 획이 그어졌습니다. 한반도의 기류는 이것을 계기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안보리 의장 성명을 계기로 나올 시나리오를 세 가지 정도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서해 합동훈련, 21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은 일단 새 대북 행동으로 간주됩니다. 미국과 일본은 대북 금융 제재를 다시 강구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여기에 거세게 반발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중국과 한국-미국-일본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전개됩니다. 두 번째로는 관련국이 이 같은 대립 국면보다는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긴장 국면을 지속하기보다 의장 성명을 계기로 천안함 국면을 조기에 매듭을 짓고 출구 전략을 활발히 모색한다고 보입니다. 중국과 북한이 바라는 이 국면에서6자회담 재개가 화두로 떠오릅니다. 세 번째로 두 가지가 혼재하는 국면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 국면에서도 관련국은 밀고당기는 외교전을 벌이다 궁국적으론 6자회담 재개로 간다고 전망됩니다. 한국은 이럴 경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이원 전략을 유지한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10일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런 의사는 천안함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온, 6자회담 재개라는 출구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의장 성명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이에 근거해 천안함 국면이라는 대치 국면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6자회담 재개를 표방한 대화 국면으로 출구를 제시했다고 보입니다. 그런 목적은 위에서 두 번째로 언급된 화해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데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재빨리 회담 재개라는 카드를 빼든 이유는 그만큼 이 국면이 북한에 좋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북한은 6자회담의 재개라는 카드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을 종결하는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입니다. 10일 나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대화 장려'에 무게를 두고 화해 분위기의 조성을 강조했다고 풀이됩니다.

앵커: 북한이 이처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천안함 사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으로 발생한 대결 국면의 장기화가 아주 불리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세째 아들로 이어지는 후계 세습이 성공하려면 대내외의 정세가 안정을 찾아야 합니다. 작년 말에 있었던 화폐 개혁의 실패와 장마당 폐쇄와 같은 반시장적 조치로 경제가 파탄이 난 만큼 국내 정세는 불안정합니다. 여기에다가 국제 정세까지도 불안하면 김 위원장은 현안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또 대미 압박의 의도도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안보리의 의장 성명으로 돌파한 만큼 대화 재개라는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밖에도 6자회담의 재개라는 카드는 대북 제재 조치와 관련한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를 무너뜨리려는 데 초점을 맞춘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보다는 6자회담에 장기적으로 관심을 더 쏟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 재개는 위에 언급됐던 여러 이유로 미루어볼 때 북한이 현 난국을 타개하는 데 쓸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카드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데는 안보리 의장 성명을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해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신선호 유엔 대사가 안보리 의장 성명이 나온 직후 "이 성명은 위대한 외교적 승리"라고 논평한 데서도 이런 측면이 충분히 감지됩니다. 안보리의 의장 성명이 천안함의 공격 주체가 북한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못한 데 대해 북한 당국은 이를 일단 승리라고 평가합니다. 의장 성명은 남북한의 주장을 동시에 열거함으로써 각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구석이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의장 성명에 근거해 천안함 사건을 이미 지나간 사실로 간주하고 6자회담으로 들어가자고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상당수 대북 관측통은 말합니다.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을 토의하면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는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 재개는 180도의 방향 전환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대응도 상당히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따로 뗄 수가 없다며 나쁜 행동에 대한 조치라는 측면에서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먼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천영우 외교부 2차관은 12일 YTN라디오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면 전환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의장 성명의 정신을 존중해서 천안함 도발에 관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에 나왔던 여러 발언은 '선(先)-천안함/후(後)-6자회담'을 재확인하는 내용이어서 앞으로도 당분간 남북 관계의 냉각기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미국의 유력한 일간 신문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0일 안보리 의장 성명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려는 타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것은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이 신문은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의장 성명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서방과 중국 간의 타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선호 대사가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면서도 어떤 전제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점과 중국 외교부가 의장 성명이 나온 직후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WSJ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소속한 대니얼 사전트 교수의 말을 빌려서 재개되는6자회담이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한 과거 협상과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가 13일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유보할 방침을 시사한 점은 WSJ의 보도를 뒷받침한다고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천안함 사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이 나온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