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에 긴급 구호 요청

0:00 / 0:00

홍수로 입은 피해에 대해 유엔 기구들이 제의한 도움의 손길을 외면해오던 북한 당국이, 마침내 평양 주재 유엔 대표팀에게 긴급 구호를 요청 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발생한 압록강 일대의 대홍수와 북한 전역 다른 지역의 작지 않은 폭우들로 피해를 본 북한이, 이제껏 유엔 기구들의 지원 제의에도 침묵을 지켜오다, 24일 마침내 평양 주재 유엔 회원국 대표팀(UN country office)에 공식적인 홍수 피해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 소재한UNICEF(유엔아동기금) 아시아 사무소의 제프리 킬리 대변인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오늘 오후 (홍수 피해에 대한) 긴급 구호 지원을 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유엔에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This afternoon the government officially requested UN support for the emergency relief efforts)

UNICEF의 킬리 대변인은 이어 "24일 오늘 북측의 요청이 들어왔고, (바로 다음 날인) 25일 즉시 유엔 회원국 대표팀이 북한 당국과 공식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오랫동안 유엔에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하길 꺼려온 북한이 마침내 도움을 청한 데 대해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킬리 대변인은 또 "25일 열릴 북한과 유엔 회원국 대표팀 간 회의에서는 북한이 이번 홍수로 피해가 얼마나 큰지와, 그에 따라 유엔이 제공할 대북 지원 규모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UNICEF는 홍수 피해의 현장을 조사해 의료시설과 가옥 등의 파손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 당국의 요청에 대비해 긴급 구호품 10만명 분을 이미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북한 당국의 유엔 구호 요청은 지난달 부터 긴급 지원을 제의해 온 유엔 기구들에 묵묵부답이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 주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킬리 대변인은 최근 "UNICEF,WHO(세계보건기구) 등 북한 주재 유엔 기구들이 홍수 대비 긴급 구호 물품을 준비해, 북한의 요청 시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미리 북한 곳곳에 비축해 놓고, 이 사실을 북한 측에 알렸지만 지원 요청을 하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유엔에 대한 이런 태도와는 달리`글로벌 리소스 서비스'를 비롯한 미국의 민간 구호단체들에 무슨 물품이든 보내달라면서 신속한 지원을 요청해 와,비정부 기구와는 달리 분배 투명성을 요구하는 유엔 기구는 상대하기가 어려워 지원 요청을 미뤄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