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안보리 핵 정상회의 정례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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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원자폭탄 투하 65주년 기념식이 엄숙하게 거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작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안보리 핵 정상회의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65년 전 오늘은 인류 사상 처음으로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투하된 날입니다. 히로시마 시민들은 원자 폭탄이 투하된 아침 8시15분에 맞춰 일제히 묵념을 올렸습니다.

이날 아침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에서 열린 원폭희생자위령 기념식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사무 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처음 참석했습니다. 그밖에 5대 핵무기 보유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대표도 이날 식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후세들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핵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년 9월 뉴욕에서 유엔안보리 회원국 15개국 정상들이 모여 핵 확산 금지와 군축을 결의한 것처럼 핵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보리 정상회의를 정례화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반 사무 총장은 또 “세계 각 도시의 시장들로 구성된 ‘평화 시장 회의’가 제창하고 있듯이 히로시마 원폭투하 75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핵무기를 완전 폐지하자”고 역설하면서 “CTBT(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을 2012년까지 발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간 나오 토 일본 총리는 이날 기념식전이 끝 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고,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내 임기 중에는 그대로 견지해 갈 방침”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간 총리는 이어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루는 6자 회담 재개문제에 대해 “천안 함 침몰 사건에 북한이 관여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6자 회담을 재개할 수 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간 총리는 또 오는 11월에 방일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해 주도록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최종 결정권은 오바마 대통령에 있으며, 현 단계에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평화기념 식전에서는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가 작년 보다 5,501명이 늘어 난 269,446 명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으로 귀국한 원폭 희생자들은 국교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정부는 2002년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피폭자들도 일본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한국 등의 피폭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등록할 경우 피폭자 건강 수첩을 발급하고 치료비를 지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등록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08년12월 피폭자가 거주하는 나라의 일본 영사관에서도 피폭자 등록을 마칠 수 있도록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살고 있는 피폭자들은 북한에 일본의 외교 공관이 존재하지 않고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항 조치로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의 일본 입국이 금지된 상태여서 피폭자 건강 수첩을 발급 받을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적십자사의 관계자는 “북한의 피폭자 문제는 인도적 문제이므로 핵과 미사일, 납치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재작년 8월 북일 정부간 교섭이 완전 중단된 이후 북한의 피폭자를 구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접촉이 단절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후생성이 2001년에 추계한 북한의 피폭자 수는 928명입니다. 히로시마 피폭자들의 평균 연령이 올해 79세인 것을 생각하면, 북한에 지금 생존해 있는 피폭자 수는 2001년 당시보다 대폭 줄어 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적십자사 관계자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