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통일재원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만드는 겁니다. 이유는 국민의 대다수가 통일비용을 여전히 부담스럽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중앙청사에서 북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통일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류 장관은 “통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현재의 분단은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장관은 “돈 때문에 통일을 피한다면 이는 역사에 대한 비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역설하는 이유는 통일비용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아직도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2010년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이후부터 통일재원 마련 방안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통일에 드는 비용이 통일이 가져올 각종 혜택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비슷한 시점에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도 통일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46%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흐름을 바꾸기 위해 대외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13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류 장관은 “통일비용이 지나치게 강조돼서 통일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있다”면서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입니다.
류우익:
통일 비용은 일시적이고,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 세대가 나눠서 지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분단 비용은 그보다 훨씬 크고 누적되어 나간다. 통일 후 우리가 얻게 될 통일 편익은 분단 비용을 상쇄하고도 그보다 훨씬 클 만큼 매우 크다고 본다.
지난해 통일부는 통일비용에 관한 논의를 종합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으며, 20년 후 통일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첫 1년 동안 들어가는 최소한의 통일비용이 55조 원, 그러니까 미화로 500억 달러 가량이고, 최대로는 그 다섯 배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통일부는 이 연구 결과를 수용해 앞으로 20년 동안 55조 원을 마련하는 걸 우선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정치적 불안이 심화될 경우를 가정해 남한이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통일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20년 뒤의 평화 통일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상황과 남한 정부의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을 결부시키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55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의 교류협력 예산 중 쓰지 않고 남은 돈의 일부를 통일계정에 적립하고, 민간 모금과 기부금도 받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민간’은 기업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게 류우익 장관의 설명입니다. 통일 재원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참여에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류우익: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통일 의지가 항아리에 담기게 되고 이 항아리가 채워져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통일의지를 확인하고 대외적으로도 국민의 통일 의지를 보여주고 북한 주민에게도 희망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5일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통일부는 8대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통일재원 마련과 국민적 통일의지의 결집’을 꼽았습니다. 앞으로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통일재원의 필요성을 놓고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 될 거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높아가는 물가와 국제 경기의 둔화 속에서 ‘통일편익이 통일비용보다 크다’는 정부의 설명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