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특권층 자녀들이 돈을 내고 각종 사회노동에서 빠지는 행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몸으로 때우지 않고 돈으로 때운다는 소린데요, 이 때문에 학생들 속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빈부격차 현상이 대학생들 속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북한 대학생은 "이번 농촌전투 기간에 대학생들이 돈을 내고 빠지는 현상이 무더기로 나타났다"면서 "대학당국이 이를 공공연히 조장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김일성 대학과 평양상업대학 등 일류 대학에서는 미화 200달러씩 내는 학생들에게 한 달 동안 농촌동원을 면제시켜 주었다"면서 "어떤 학급은 30% 이상 학생들이 돈을 내고 빠졌다"고 말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특권층의 씀씀이가 적지 않음을 암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5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을 '모내기 총동원기간'으로 선포하고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농촌에 나가라"고 총궐기했습니다.
더욱이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은 '알곡증산은 곧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결정적 담보'라며 농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농장들에서 지원자들에게 공급할 쌀과 부식물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대학들은 자체로 후방물자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돈을 걷었다는 것입니다.
이 대학생은 "대학들에서 처음에는 50달러를 내면 한 달 동안 면제시키겠다고 제시했다가 빠지겠다는 사람이 많아지자, 금액기준을 150~200달러로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돈을 내지 못한 대학생들은 하루 종일 논판에 나가 모내기를 해야 했고, "돈을 내고 빠진 사람의 몫까지 우리가 다 한다"는 피해의식이 컸다고 이 대학생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모금한 대학들에서 실제로 후방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실상 대학 간부들의 비리를 의심하는 불만도 많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대학생은 자기네 학급에서 빠진 인원만 해도 7명이나 되는데, 그 정도면 상당한 돈이 모였겠지만, 대학에서 해주는 후방공급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화 200달러면 쌀을 200kg이상 살 수 있는 데 옥수수밥이나 감자로 해결했다"면서 "후방사업을 하겠으면 현물로 직접 가져와야지 돈으로 가져오니까, 간부들이 농간을 부린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농촌전투 기간에 후방사업을 빙자하고, 학생들이 빠지는 현상은 1990년대부터 관행처럼 되어오지만, 최근에는 외화를 주고 빠지는 식으로 변하면서 가진 게 없는 학생들의 박탈감만 더해주고 있습니다.
3년 전 함경북도 청진을 떠나온 탈북자 김경희(가명) 씨는 "과거엔 쌀과 고기 등을 바치고 학생들이 농사에 빠졌지만, 지금은 달러를 바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면서 "북한에서 부패행위가 그만큼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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