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한반도 유사시 미군출격 밀약 있다

0:00 / 0:00

MC: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일본과 사전 협의 없이 주일 미군 기지에서 출격하는 것은 인정하는 밀약을 60년 1월에 맺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의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9일 외무성의 조사결과와 전문가 그룹의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일본정부와 미국 정부는 1960년 1월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하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정의 일본 기항과 통과를 허용하는 밀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역대 총리와 외상은 이같은 밀약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핵무기를 탑재한 미군 함정의 기항은 일본과 사전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국회에서 허위로 답변해 왔습니다.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67년12월 국회 답변에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제조하지 않고 반입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9일 공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사토 총리는 곧바로 “비핵 3원칙에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은 실수였다”고 후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과 일본정부는 또 긴급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미군이 오키나와에 핵무기를 다시 반입하는 것을 묵인하고, 오키나와 반환협정에서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원상 회복 비용을 일본정부가 대신 떠맡기로 한 밀약을 맺은 것으로 들어 났습니다.

한반도 유사시에 관한 밀약도 그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하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당시의 후지야마 아이이치로 외상과 더글러스 맥아더 2세 주일 미국 대사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주일 미군기지를 사용하여 전투작전행동에 들어가는 것을 인정하는 의사록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오키나와 반환 문제를 협의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서 출격하는 것은 ‘사전 협의 대상’이라는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교섭을 벌였으나, 명백한 결론을 내지리 못하고 교섭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일본은 97년에 개정된 ‘새로운 방위 협력 지침’과 99년에 제정된 ‘주변 사태법’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고 자위대가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 업무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10일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고,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종전대로 견지할 방침이다”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협의회 등 일본의 피폭자 관련단체들은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일개 원칙에 불과한 ‘비핵 3원칙’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성은 “미일간의 밀약에 관한 일련의 소동이 미일 안보 조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로 발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