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당시 유엔군 게릴라전 미군의 비정규전 교재로

개정 출간된 미국 육군 특수부대의 비정규전용 야전 교범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후방 지역에서 펼쳐졌던 게릴라전을 미군 역사상 대표적인 비정규전 중 하나로 꼽으면서 이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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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육군본부(Headquarters, Department of Army)가 지난 9월 펴낸 육군 특수부대(army special operations forces)의 비정규전 (unconventional warfare) 야전교범(field manual)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게릴라 작전(United Nations Partisan Operations in Korea)을 그 동안 미군이 펼친 대표적인 비정규전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미국 육군본부는 지난 1951년부터 1953년 사이에 북한 후방지역에서 펼쳐졌던 유엔군의 이 게릴라 작전이 북한의 후방 지역을 교란하는 데는 공헌했지만 더 광범위한 전략적 성공을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육군본부는 당시 한반도는 성공적인 비정규전을 위한 대부분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몇가지 요소가 유엔군의 게릴라 작전의 성공을 가로막았다면서 대표적으로 3가지를 들었습니다.

먼저 미국 육군 당국은 한국전쟁 당시 게릴라전에 대한 책임이 여러 군 지휘 계통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포괄적인 작전 계획을 세워 이를 전장에서 직접 적용하지 못한 점을 게릴라전 실패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어 당시 게릴라전의 주요 목표가 북한의 주요 보급로를 끊고 북한군을 사살하고 북한 내 반공 단체들의 사기 진작에 맞춰져 미군 당국이 게릴라 요원들을 위한 은신처와 거점을 한반도 안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쏟지 않은 점을 게릴라전 실패의 두번째 원인으로 들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후방지역에 침투한 유엔군 게릴라들의 은신처와 거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1952년 이후 북한군이 후방 지역에서 게릴라 소탕작전을 강화하면서 유엔군 게릴라들은 기동성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받게 됐다고 미국 육군 본부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육군은 마지막으로 한국전 당시 게릴라전의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당시 유엔군의 미군 고문(US advisors)들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도 이해하지 못한 점을 들면서 이렇게 준비가 부족한 탓에 유엔군 게릴라들이 산발적인 공격 외에 더 광범위한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군 당국은 한국전쟁 외에도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의 점령에 대항해 펼쳐졌던 미군과 필리핀군의 게릴라전, 남북 베트남에서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펼쳐졌던 미군 주도의 게릴라전,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점령에 대항해 중앙정보부의 지원을 받은 아프간 무자헤딘 반군이 벌인 게릴라전, 그리고 2001년과 2003년에 각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펼쳐진 비정규전을 미군이 참여한 대표적인 비정규전으로 꼽았습니다.

미국 육군 본부는 특히 미군 특수부대가 이라크전 초반에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지역에 침투해서 후세인에 반대하는 이라크 반군을 성공적으로 규합한 예를 들면서 비정규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정규전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뿐 아니라 중요하고 실질적인 국가전략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게이츠 국방장관은 미군이 비정규전 능력을 완벽히 습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보고서를 지난 6월 제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