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은 24일 '북한의 미국 화폐 위조'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북) 금융제재는 유엔 또는 다른 나라와 상관없이 (미국이) 독자적으로 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식 금융제재가 매우 효과적이고 평양의 심장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15쪽 분량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화폐 위조 혐의에 대해 법을 집행하는 목적과 함께 정치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중 접근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기본적인 이해인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방지와 비핵화라는 정치적, 외교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북한이 정밀 위조지폐(슈퍼노트)를 제조했다는 명분으로 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를 북한에 추가로 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지난 18일 미국 재무부 산하의 금융범죄단속반이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에 보낸 주의 권고문을 사실상 방코 델타 아시아식 금융제재의 신호탄이라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낸토 박사: 북한 은행과 북한 기업에 관련된 계좌의 거래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말은 은행들에게 사실상 북한과 거래를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북한과 관련한 계좌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미국의 대형 은행은 북한과 관련된 계좌를 아예 받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낸토 박사는 "재무부의 권고가 사실상 미국 은행에 북한과 거래를 자발적으로 중단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방코 델타 아시아식 금융제재의 완화된 방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낸토 박사는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금융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전달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여기서 그칠지 독자적인 방코델타아시아식 대북 금융제재를 본격적으로 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낸토 박사: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은 일단 유엔 결의를 최대한 적용하려 하겠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할 텐데요. 사실상 그리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의 모호한 문구 탓에 미국으로선 '유엔 결의에 근거해 금융제재를 가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낸토 박사는 이 경우 북한에 가할 오바마 행정부의 방코 델타 아시아식 금융제재가 실제로는 독자적인 금융제재지만 이를 "유엔 결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정당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이 이번에도 북한에 방코 델타 아시아식 금융제재를 가하고 난 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해서 다시 입장을 바꿔 제재를 해제한다면 국제 금융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