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미국내 탈북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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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북한의 가족들에게 달러를 보내는 송금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2008년 미국에서 난민의 자격을 인정받고 정착한 탈북자 장씨는 올해 초 처음으로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냈습니다.

장씨가 중국에서 알고 지냈던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지난 2월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낸 돈은 1천 달러, 돈을 전달해 준 조선족에게 20%의 수수료를 내야했지만 그래도 그 돈이면 부모는 물론, 형제와 자매의 가족들까지 모두 올 한해 식량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설명입니다.

장씨는 미국에 처음 정착했을 당시에는 스스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돕지 못했지만 최근 안정된 직장을 갖게되면서 가족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송금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2006년 남한에 정착했다가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최씨도 수년 전부터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있습니다. 최씨는 수수료가 비싸 자주 송금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일년에 한 두번, 한번 보낼 때마다 1천-1천 500 달러 정도를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

제 주변에 있는 분들도 많이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기 힘드니까 북한에 돈을 부치는 사람들 많습니다. 가족들한테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자식들이 여기 나와서 돈을 보내기 시작하니까 북한 가족들은 부자가 됩니다.

탈북자 최씨는 한국에 사는 탈북자 친구로부터 송금 브로커를 소개받았다며, 미국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면 같은 날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이 전달되고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하루만에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씨는 송금뿐만 아니라 북한의 가족들과 정기적으로 전화 통화도 하며 미국내 소식도 전하고 북한 내부 사정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2008년 제 3국을 통해 난민의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씨의 경우, 돈대신 물건을 북한에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내 지인에게 달러를 송금하면 그 돈으로 가족들이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중국에서 구입한 후 인편을 통해 직접 가족들에게 전달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경우 수수료가 적게들고, 국경을 넘을 때 검색을 피하기도 쉬우며, 가족들이 북한에서 몰래 달러나 위안화를 환전하느라 겪는 어려움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

가족들 약과 신발, 옷가지를 보냈습니다. 사람이 들고 가야 하는데 수수료가 세관에서 중국돈 100원에서 200원 듭니다.

김씨는 최근 북한의 쌀값이 폭등하고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북한내 가족들로부터 더 많은 도움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북한내 경제가 더 악화됐음을 실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재일교포들과 한국과 중국 등에 있는 탈북자들 수만 명이 매달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재일교포들이 송금한 돈을 ‘후지산 줄기’, 한국내 탈북자들이 보낸 돈은 ‘한라산 줄기’, 그리고 중국내 탈북자들이 송금한 돈은 ‘두만강 자금’이라 부르며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중국내 브로커를 통한 송금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과거 이산가족 1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한인 동포들이 북한내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산가족들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력 상실로 미국에서 보내는 대북 송금은 점차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이후 난민의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자가 100명에 이르고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재 정착하는 탈북자들도 함께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보내는 대북송금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탈북자 김씨는 언어도 문화도 완전히 다른 미국 땅에 정착해 살면서 스스로 먹고 살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서 더 도와야겠다는 마음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