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 간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를 취재하다 북한에 억류됐던 유나 리, 로라 링 두 미국인 여기자는 1일 소속사인 커런트 TV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들의 북한 억류 경위를 비교적 자세히 밝혔습니다.
두 기자는 3월17일 당시 새벽 5시 중국과 북한을 가르는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안내인을 따라 북한 땅으로 들어갔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중국 쪽으로 되돌아 나왔지만 소총으로 무장한 북한 군인 2명에게 체포돼 북한 땅으로 끌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땅에 머문 시간이 "1분도 채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여기자는 "처음에는 북한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안내인이 얼어붙은 두만강을 반 이상 건넌 뒤에도 계속 걸어가자 그대로 따라갔고 결국 북한 쪽 강가에 닿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불안한 느낌이 들어 곧바로 중국 쪽으로 되돌아왔지만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강 건너편에서 북한군의 고함을 들었고 이후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결국 무장한 북한군에 붙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북한군에 체포됐을 당시 "분명히 다시 중국 영토에 들어와 있었다"면서 "풀 덤불이나 땅바닥 등을 움켜쥐고 끌려가지 않고 중국 땅에 남아있으려고 발버둥쳤지만 허사였다"고 당시 매우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두 여기자는 "곧바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다시 건너 북한 영토로 끌려가 인근의 북한군 군부대에 감금됐다"며 "이후 평양으로 압송돼 140일간 억류됐고 이 기간에 서로 격리된 채 반복적인 신문에 시달린 뒤 결국 재판에 부쳐져 12년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북중 국경지대를 취재해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탓에 북한으로 강제 압송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중국 땅에서 힘겹게 사는 탈북자의 냉엄한 현실을 고발하려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두 여기자는 또 자신들로 말미암아 신원이 탄로 난 탈북자를 지원하는 단체와 탈북자들이 어려움에 부닥쳤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들은 "평양으로 압송되기 전 잠시 소지품을 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몰래 취재 수첩을 찢어 삼키고 비디오 영상을 훼손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두 여기자는 "석방 이후 북중 국경지대에서 활동 중인 탈북 지원 단체가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치고 많은 탈북자가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털어왔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면 유감"이라며 "탈북 지원 단체의 활동은 고무적이고 용감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여기자는 "중국으로 건너왔지만 다른 종류의 공포에 직면해 절망에 빠진 탈북자와 이들을 돕는 탈북 지원 단체의 어려움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기를 소망한다"며 글을 끝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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