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간단체들, 대북사업 박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북한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미북 관계와 남북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내 민간단체들이 다음 달부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0:00 / 0:00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국제적인 민간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다음 달 초 북한을 방문해 최근 북한에 도착한 국수 (regular noodle)와 콩 등의 선적분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북한 당국과 사업 계획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방문단을 이끌 월드비전의 빅터 슈 북한 담당 국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식량 지원분이 평안남도 안주와 개천에 보내질 예정이며, 황해북도 연탄군 도치리에서 식수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 완공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슈 국장은 또 지난 2년간 진행된 도치리의 식수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 끝남에 따라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북한 당국과 합의했다면서, 구체적인 지역을 밝히지 않은 채 내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만 말했습니다.

북한의 결핵 퇴치에 앞장서는 미국 내 민간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이르면 다음 달 북한을 방문해 국립결핵연계연구소를 증축하는 사업의 추진 방안에 관해 북한당국과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 단체의 하이디 린튼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24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6월에 이어 오는 가을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측은 이를 위해 지난달 말 미국 당국으로부터 국립결핵연계연구소의 증축 사업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수출 승인을 받았다면서 이는 관련 사업의 조달과 선적 활동에 길을 열어주는 일이라고 크게 환영했습니다.

이와 함께 고기통조림, 건조사과 (dried apple), 욕실용품, 담요, 비누 등을 실은 40개의 컨테이너 1차, 2차 선적분이 지난달 북한을 향해 출발했고, 이에 앞서 3천600 명분의 결핵약을 실은 배가 지난달 말 북한에 도착했다고,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은 밝혔습니다.

미국의 구호단체인 '머시코(Mercy Corps)' 역시 지난 몇 년간 지원한 과수원과 양어장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와 '사마리탄스 퍼스'도 북한에 식량, 의료, 농업 분야의 지원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이 미국의 민간단체들이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면서 대북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남한 민간단체들의 방북 활동 역시 다시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미 북한을 지원하는 단체인 '나눔인터내셔날'의 이윤상 대표가 지난 18일 남한 당국은 물론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 개성을 방문하고 물자를 전달하고 왔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비롯해 6-7개 단체가 한꺼번에 오는 26일 방북하겠다고 남한의 통일부에 승인 신청서를 낸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