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망록 통해 '키 리졸브 훈련'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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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영 언론매체가 이례적으로 ‘비망록’을 발표하고 ‘키 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방어 연습인 ‘키 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비망록’을 통해 비난했습니다.

키 리졸브 훈련은 “방어적인 대응 타격이 아니라 북한을 선제공격해 점령하기 위한 전쟁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북측은 주장했습니다. 북측은 또 이번 비망록에서 키 리졸브 훈련이 북한에 대한 “핵위협의 최절정”이라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비망록은 ‘중요한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관련 사실과 자료를 공개하고 입장을 밝히는 문서’라는 뜻입니다. 북한의 공식 대외 발표문은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성명’과 ‘담화’ 그리고 ‘비망록’과 ‘논평’ 순으로 나옵니다.

북측이 이번에 당국의 성명이나 담화가 아니라 언론 매체의 비망록을 선택한 것은 대화의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노림수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정성장: (비망록의 형식을 취한 것은) 한편으로는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한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반발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북미 양자회담의 개최에 장애를 조성하지 않기 위한…

북측은 이번 비망록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북측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입니다.

김용현: 미국과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핵 문제를 풀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미국에 촉구하는, 그럼으로써 핵 문제 해결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북측은 북핵 6자회담의 재개에 앞서 대북 제재의 완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하며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 경우 제재 완화와 평화협정 회담의 개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측은 이번 비망록에서 “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북한과 미국이 마주앉아 해결할 문제”라면서 남북 대화에서 핵 문제도 논의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비망록은 또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선핵포기를 전제로 하는 남측의 원칙론 때문에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재개와 같은 관계개선의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북측의 이 같은 비망록의 내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주: 현재까지 한미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 수준은 예년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전반적인 남북 교류협력동향도 일부 민간단체의 방북 일정이 훈련 기간 이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정상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은 18일 끝납니다.

북한의 언론 매체에 '비망록'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 5월 일본의 역사 왜곡을 북측이 비판했을 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