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게이츠 장관이 ‘북한은 핵폭탄을 여러 개 제조했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답:
게이츠 장관은 외교 전문 잡지인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North Korea has built several bombs and Iran seeks to join the nuclear club.’ 그러니까 ‘북한은 핵폭탄을 여러 개 제조해고 이란은 핵보유국 가입을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여기서 has built가 현재 완료형으로 쓰여 북한이 핵폭탄을 이미 제조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앞서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란 추정이 계속 있어 왔지만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북한의 핵폭탄 제조를 단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
앞서 미국 국방당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명기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답:
미국 국방 당국은 지난달 25일 발간한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시아에 5개의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면서 북한을 그 중 하나의 국가로 거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것으로 미래에 미군이 직면하게 될 전략적 상황과 위협, 또 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문: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알려진 비슷한 시기에 북한의 핵폭탄 제조를 단정하는 게이츠 국방장관의 발언까지 나오니까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포함시켰다는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남한 측에서는 미국 측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고 미국 국방당국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유명환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접촉한 결과 명백한 착오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보고서를 작성한 합동군사사령부도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핵 관련 지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해명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인데도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모습인데요?
답: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명단에 북한을 포함시킨 보고서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북한의 핵폭탄 제조를 기정사실화하자 미국 행정부 전체는 아니더라도 미국 군당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게이츠 장관은 차기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도 계속 국방장관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 국방당국의 이러한 인식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데요. 남한 언론에서는 북한과 직접적인 협상을 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공인된 핵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현실적 입장을 가지고 북한과 협상을 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mc: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