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북관계 전망 Q/A] 대화로 안되면 부시 때보다 더 큰 대가 치를 것

2009년 기축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 시간에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새해 미북협상 전망에 대해 미국 전문가의 견해를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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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기자가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보기 위해 우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자신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아보죠.

답: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2월 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북한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이 당면한 외교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의 핵문제를 꼽으면서 북한과 이란으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잠시 그의 당시 발언을 들어보시죠.

Obama: ...from preventing the spread nuclear weapons to Iran and North Korea, to seeking a lasting peace between Israel and Palestinians...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북한을 비롯한 이른바 불량국가 정상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일단 적극적인 대북개입 정책을 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도 그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요.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교수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Kang: 클린턴 상원의원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직접 북한을 방문할 준비를 했을 정도로 당시의 미국과 북한 사이 고위급 회담에는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과 모든 외교적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미국도 경제난을 최우선적으로 타개해야 하고 당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의 평화 구축을 위해 중재에 나서야 하는 입장입니다. 또 이라크 전쟁도 조기에 마무리해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임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문:

그런 맥락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초반에 북한 문제를 전담할 대북 특사를 임명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과 협상을 도맡아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 핵 문제에 매달리느라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국무부 동아태국이 담당해야 할 다른 국가 현안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문제만 전담할 대북 특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학 한국학 프로그램 부국장의 말입니다.

Straub: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달리 힐 차관보 같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에게 대북 협상을 주도하게 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한과 협상을 맡으면 국무부 동아태국에서 해야 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따로 둘 것입니다.

또 국무부뿐 아니라 백악관과 국방부 등 미국 행정부 안에서 대북 정책을 총괄적으로 조율할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 북한 문제만 전담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조정할 고위급 대북 특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을 전담하는 특사가 언제 임명될 것인지 또 그 위상은 어느 정도일지를 보면 미국의 대북협상 의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에 나설 때 어떤 기조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답:

지난해 11월 발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이란 것이 있는데요.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국정을 운영할 기조를 밝힌 문건입니다. 이 문건은 실질적인 유인책(incentive)과 압력을 바탕으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도록 제거하기 위해 거침없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를 추진할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의 보좌관을 맡았던 프랑크 자누지 씨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우선하겠지만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즉각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누지 씨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를 비롯한 미북관계의 진전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적극 대화에 나서겠지만 결코 북한과 협상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를 쉬운 협상 상대로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미국 국방분석연구소의 오공단 박사의 말입니다.

오공단: 북한 사람들은 민주당은 고분고분하고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공화당은 강경한 잣대를 쓴다는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양순하게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금물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데니스 블레어 전 태평양 사령관이 국무장관과 국가정보국장에 임명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히려 원리, 원칙을 철저히 따지고 북한을 낙관적으로 보는 인식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에서 대북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오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 조금 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오공단: 북한의 인권 문제를 오히려 안보 문제와 연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인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인권을 거부하는 국가라면 그런 국가가 결국에 핵문제에 있어서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근본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고 그 결과 인권 문제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인권 문제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인권 문제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문:

하지만 북한은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지는 미지수라면서 북한의 인권을 가장 효율적으로 증진하는 방안은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서 스스로 자국 국민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편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Gregg: Most effective way to get at that issue is to draw North Korea out of its isolation, so they will come to realize that it is in their own interest to improve the way they treat their own people.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 인권 문제를 핵 문제보다 우선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ang: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인권을 개선시킬 효과적인 대안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과거 미국 행정부는 모두 북한 핵 문제를 인권 문제나 경제 개혁 문제보다 우선시해 왔습니다. 미국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역시 대량살상무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북한의 핵 문제보다 우선해서 다룰 순 없을 것으로 봅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전반적인 미북협상의 행로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

쉽지는 않은 협상이겠지만 그래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는데요. 그레그 전 대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Gregg: 저는 미국과 북한 사이 협상이 잘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권 교체에 대해 매우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린턴 전 미국 정부가 이뤄 놓은 협상 성과를 부시 행정부는 계승하지 않았고 이명박 남한 정부도 전임 노무현 정부와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이뤄 놓은 협상 토대를 오바마 행정부가 이어간다는 인식을 북한이 갖도록 하는 것이 미북 간 협상이 진전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트머스대학의 강 교수도 지난 18개월 동안 부시 행정부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를 지속해 나간다면 앞으로 미북협상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습니다.

mc:

네, 이번 달 출범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고 또 미북협상 전망은 어떠한지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