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내달 7일 북핵검증 합의사항 문서화 협상

미국과 북한은 다음달 7일 뉴욕 회동에서 최근 평양에서 합의한 검증안을 문서화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인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평양에서 북한측과 검증 협상을 벌이고도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는 데 실패했으며, 그 때문에 오는 7일 뉴욕에서 있을 힐 차관보와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협상도 이 문제를 푸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전문가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핵 협상과 관련한 부시 행정부의 내부 동향에 밝은 이 외교 전문가는 "힐 차관보가 북측과 검증협상을 벌이면서 서로 합의한 부분을 북측이 문서화(documentation)하는 데 난색을 보이자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메모한 합의 사항을 북측 협상 상대에게 다시 읽어준 뒤 이를 정리해 '합의안'(agreement)과 '양해 사항'으로 만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측과 상호 합의한 것 중에는 핵확산 같은 미국의 관심 대목은 빠진 것으로 알려져 "힐 차관보가 현재 행정부내의 국방부처와 정보 부처, 비핵확산 관련 부처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이 외교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0월1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해 검증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0월11일 검증합의에 관한 발표문에서 "미국과 북한은 모든 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을 비롯한 여러 중요한 검증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도 이와 같은 합의 사항을 '공식 문서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의 관련 질의에 대해 "분명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현재 검증 합의안(agreement)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이젠 이것을 6자회담 틀 내에서 검증 의정서로 성문화(codify)하는 일이 남아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외교 전문가는 "힐 차관보가 이번에 리근 국장을 만나면 차기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평양 합의를 문서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며 "여기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면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에게 통보해 6자회담 재개 일자를 가급적 빨리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문가는 "이번에 리근 국장을 초청한 측은 전미외교정책위원회(NCAFP)이지만 실은 국무부가 이 기관을 매개로 비공식적인 미북 양자회담을 갖는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국무부도 이번 방문에 큰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북측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이번 방문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기 행정부 사람들의 대북관을 관찰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롭고도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다음주 힐 차관보의 뉴욕행에 대해 30일 현재 확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뉴욕 미북 협상에는 힐 차관보는 물론 성 김 북핵담당 특사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