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베이징 6자회담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상호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 또는 '모호성을 남기지 않은 식의 분명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측과의 검증 협상에서 모호성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와 같은 발언은 힐 차관보가 지난 10월 평양 협상에서 북측과 시료 채취를 포함한 검증 방안에 합의하고도 이를 문서화하지 못해 미국과 북한간에 서로 다른 해석을 유발했고, 그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대북 협상에 대한 모호성과 그로 인한 폐단은 최근 미북 평양 합의를 포함해 그간 부시 행정부 임기 중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Bruce Klingner: The pattern continues. The US acquiesces to vague texts in the interest of trying to maintain a semblence of progress and when push comes to shove, North Korea denies that it agreed to that, the US is left holding the bag. (기존 관행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즉 미국이 외양상 진전을 바란다는 명분 아래 모호한 문구에 합의한 뒤, 나중에 상황이 악화돼 북한이 기존 합의를 부인하면 미국이 독박을 쓰게 되는 식이다)
단적인 예로 시료 채취를 포함한 '과학적 절차'의 시점도 모호한 채 남아 있습니다. 미국의 손꼽히는 북한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북 평양 합의의 토대가 되고 있는, 지난 8월 중국이 준비한 검증 의정서 초안을 보면 과학적 절차를 향후 '적절한 시점'(at an appropriate)에 시행한다'고 돼 있지만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David Albright: What does this mean? Technically it means you can't do it until the fuels are taken out of the reactor, and the reactor is safe to open to take out the graphites, but North Koreans may interpret... (적절한 시점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기술적으로 보면 원자로에서 연료봉과 흑연이 제거된 뒤 원자로가 안전해진 다음을 뜻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50억달러의 보상을 내놓는 시점을 '적절한 시점'이라고 해석할지 누가 알겠느냐? 바로 이런 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다)
바로 이와 같은 모호성의 문제 때문에 "오바마 당선자 측 사람들은 향후 대북 협상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명확성'(clarity)을 원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밝혔습니다.
오바마 당선자 측 외교진의 한반도 자문 팀과 두루 접선하고 있는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재단 선임연구원도 "오바마 측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개입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개선을 원하고 있다"면서 "특히 협상의 '명확성'을 하나로 꼽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cott Snyder: Somehow we're not sure how we understand what they've agreed to. There needs to be a clear understanding of what north korea is willing to do... (북한이 합의한 사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조차 우린 확실히 모른다. 또 북한이 무엇을 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나마 북한이 합의한 것을 문서화하면 북한의 의무 사항이 뭔지는 명확할 것이다. 오바마 측은 이런 명확성을 단순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 과정의 목표로 보고 있다)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특히 "대북 협상의 명확성은 오마바 측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도 원하고 있으며, 중국도 협상이 모호하면 북한이 실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측, 북한과 협상에서 ‘모호한 합의’ 안한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이 모호성 때문에 폐단이 크다고 보고 앞으로 협상의 ‘명확성’을 담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