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66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유고시에 대비해서 나름의 '위기대응 계획'(contingency plan)을 이미 마련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미국의 민간 정보분석기관 CNA의 켄 고스(Ken Gause) 대외지도자 연구국장이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미국내 김정일 지도체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고스 국장은 이와 같은 사실을 "복수의 정통한 중국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히고, "실제로 위기대응 계획이 존재한다면 북한은 김정일의 후계자를 이미 정해놓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북한의 정권 이양도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김정일 유고시 김정일 세 아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권력이 이양될 가능성은 '적다'(remote)고 말하고, 그 이유로 김일성은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데 2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정남, 정철, 정운 등 김정일의 세 아들은 그러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설령 권력이 아들에게 이양이 된다해도 '명목상의 지도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진단했습니다.
Ken Gause: If the son would emerge as the successor, most likely he would be a figure head for powerful factions behind the scene...
만일 아들중 한사람이 후계자로 떠오른다면 막후의 강력한 파벌세력의 명목상 지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는 김정일보다 힘도 약하고, 최고 결정권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런 취약점 때문에 북한은 김정일 유고시 오히려 당과 군부의 강력한 지도자가 집단 지도체제를 이루거나 국방위원회가 전면에 나서는 식의 집단 지도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또, 이런 집단지도 체제와 달리 군부와 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제3의 인물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고스 국장은 분석했습니다.
Ken Gause: This person has to be in a position to know when Kim became incapacitated or died in very short order...
그런 인물은 언제 김정일이 무력해지거나 사망할지를 단숨에 파악알 만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돼야 평양에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고스 국장은 북한에서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불과 ‘몇 사람’(only a few) 뿐이라고 말하고, 실례로 공군 사령관 출신으로 현재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있는 오극렬, 그리고 인민군 총참모국의 작전국장 김명국 대장을 꼽았습니다. 특히 김명국 대장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시에도 같은 직위에 있었기 때문에 김정일 유고시 위기를 능숙히 관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정일의 현재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Ken Gause: Lots of rumors about her, not to say she would necessarily become the successor, but she would be in a position to know very quickly about what's going on...
김옥에 관해선 많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옥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잽싸게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옥은 불법 수단을 통해 정권에 필요한 외화와 상품을 조달하며 정권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39호실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어서 후계 구도와 관련해 막후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미 의회조사국 닉시 박사는 김정일 유고시 단기적으로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핵문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북한 지도부내의 분열상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김정일 대체 세력으로 군부의 급부상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Dr. Larry Niksch: The North Korean military has not been happy with the North Korean government, especiall the foreign ministry diplomacy on the nuclear issue...
북한 군부는 정부, 특히 핵문제와 관련한 외무성의 외교를 탐탁치 않게 생각해왔다. 또 외무성의 핵협상 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때문에 북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 미국과의 핵협상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나 그의 상급자인 강석주 제1부상이 군부에 의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