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탈북자 후배 돕기 김밥 바자회 진행

김밥을 만들고 있는 탈북자들.
김밥을 만들고 있는 탈북자들. (RFA PHOTO/ 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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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먼저 정착한 탈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습니다.

낯선 터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현장을 정영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남성 목소리: “김밥 사세요. 탈북자를 돕는 김밥입니다”

여성 목소리: “잡채도 있습니다. 잡채 몇 개 안 남았어요. 다 팔리고 3개밖에 남았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필그림 교회(Pilgrim Church).

22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예배가 끝나자, 교인들이 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대여섯 명의 탈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현관 앞에 김밥을 펴놓고 팔기 시작합니다.

김밥이 놓여 있는 탁자 위에는 ‘탈북자를 돕기 위한 김밥 판매 행사’라고 쓴 자그마한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던 교인들은 탈북자라는 사실에 놀라며 저저마다 지갑을 열고 김밥과 잡채(북한식 표현. 감자 분탕)를 사갑니다.

교인들 반응: “잡채 4개와 김밥 6줄 주세요”

기자: “김밥이 잘 팔려요?”

탈북 여성: “김밥이 더 잘 팔려요. 잡채는 가격이 좀 부담스러운가 봐요. 김밥이 더 먹기 편리하니까요, 더 많이 사세요.”

김밥 한줄 가격이 시중보다 좀 비싼 편이지만, 교인들은 탈북자를 돕는다는 마음에서 스스럼없이 마음의 문을 엽니다.

한편, 주방에서는 아침 새벽부터 시작한 김밥 말기가 한창입니다.

50대의 여성 자원봉사자가 손을 잽싸게 놀리며 김밥 말기를 총 지휘합니다.

<녹취: 현장음> 여성의 목소리: “닦아, 물을 묻히지 말고 페이퍼 타월로 닦으라고”

자원봉사자들과 탈북자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주방에서는 한쪽에서 김밥을 말면, 다른 쪽에선 김밥을 썰어 은박지에 포장합니다.

이번 행사가 진행된 필그림 교회는 탈북자 조진혜씨가 출석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것인가를 교회 관계자들과 토론하던 끝에 일요일에 김밥 판매 행사를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21살 난 리치몬드에 살고 있는 청년이 하루 한 끼씩 먹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미국에 탈북해 와서 성공하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오늘 탈북자들이 판 김밥 총액은 모두 미화 800달러가량.

재료비를 빼고 남은 돈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후배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게 됐다고 선배 탈북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번에 경험이 적어 비록 돈을 적게 벌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김밥을 팔아 어려운 후배들을 돕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번 행사를 적극 도와준 필그림 교회의 김기호 목사는 탈북자들이 미국에 정착해서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북한의 2천 300만 동포들도 나중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범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스스로 정착한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 목사는 “사회 경제적 기반이 빈약한 탈북자들도 미국 사회에서 잘 살게 하자면 교회와 한인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남북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