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지난달 말 미국 측과의 접촉에서도 거듭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비핵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27일 북한 관리가 중국 다롄에서 미국 관리를 만나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북한의 핵 폐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5일 전했습니다.
9월 27일부터 이틀간 미국과 북한 관리들은 중국 다롄에서 열린 동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했는데 27일 만찬 후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따로 비공식 양자접촉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북한의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과 한성렬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의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가 참석했는데 당시 북한 측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약속 준수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여부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 관리 두 명의 전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번 미북 접촉을 통해 북핵 협상 재개와 관련한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행정부 소식통은 또 이 잡지에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2.29미북합의’ 파기와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미북 간 접촉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지난 7월 미북 간 비공식 접촉에서도 확인됐습니다. 7월 31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미국 전문가들은 만난 최선희 부국장은 당시에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이를 먼저 철회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최 부국장 등 북한 관리들은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거론했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 측의 모든 요구를 미국이 먼저 들어줘야 그 때가서 비핵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미북 간 동시 행동도 충분치 않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북한의 요구를 전적으로 먼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9.19공동성명’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핵 역량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한편 북한의 이런 입장과 관련해 16일 일본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만일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파기할 경우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