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 정착한 북한 난민의 수가 증가하면서 미국 시민권 취득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은 탈북자들은 미국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2일 미국 동부 버지니아 패어팩스에 거주하는 북한 난민 출신 에스더(Esther) 씨는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자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2008년 미국에 입국해 올해로 5년 차를 맞는 이 여성은 시험에 도전해 성공한 감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스더 씨: (시험관이)'You passed the test'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어요. 완전히 철없는 애가 된 기분이었어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웃었어요. 왜냐면 시험 공부하면서 영어라는 장벽이 있어 긴장했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 같아요.
미국 국토안보부는 미국에 정착하는 난민들에게 1년 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입국해서 5년이 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에 거주하는 또 다른 북한 난민 출신 그레이스(Grace) 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지금까지 약 10여명의 탈북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래 난민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163명, 간헐적이긴 하지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민권 시험에 도전하는 북한 난민들의 현황에 대해 에스더 씨는 대체로 "나이가 젊고 살림을 책임진 가장들일수록 시민권 취득 열의가 높다"고 말합니다.
에스더 씨: "시민권 빨리 따야 된다고 생각하고, 혜택도 다르고 직업을 구할 때도 좀 다르고, 한국 갈 때도 다르고 하니까, 많이 따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 이유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직업을 얻을 때도 유리하고, 여행할 때도 'North Korea'라는 북한출신이라는 표기가 없는 미국 여권을 가지고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변안전에도 유리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시민권 시험에 통과한 소감에 대한 질문에 에스더 씨는 "북한을 떠날 때 이미 국적을 상실했고,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쫓겨 다니던 신세였지만, 미국에 와서야 진정한 인간의 권리를 다 찾은 느낌"이라고 감격해 했습니다.
시민권 시험이 통과된 날 에스더 씨와 그의 어머니는 한동안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에스더 씨는 앞으로 미국 법을 준수하고 선거에도 참여하는 등 보다 알차게 미국 생활을 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법률사무소 폴리 호액(Foley Hoag LLC)의 톰 바커(Tom Barker) 변호사는 시민권 신청을 포함해 북한 난민들의 사회정착을 무료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톰 바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의료문제와 이민문제, 가정상담 등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에스더 씨 가족의 시민권 신청을 무료로 도와준 이 변호사는 앞으로 생활기반이 약하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다른 탈북자들을 돕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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