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김정일 사망에 신중한 접근

MC:

미국 정부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와 함께 미국의 대응 기조를 알아봅니다.

문: 일단 19일 밤 발표된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성명 내용부터 살펴보죠. 앞서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를 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 성명을 통해 조의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까?

답: 조금 애매한데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한 조의는 아니지만 ‘미국이 조의를 표하려는 의도를 내보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는 클린턴 장관 명의로 19일 밤 10시 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일단 북한이 국가적 추도 기간을 맞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안녕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고 또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이들에게 미국의 염려와 기도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문의 뜻이 들어가는 ‘애도(condolence)’라는 표현은 없이 북한 주민들을 그저 위로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확실히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고는 볼 수 없겠습니다. 더구나 이날 성명에서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과거 약속한 의무를 다하라면서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고 또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촉구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이렇게 조심스러운 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미국이 처한 복잡한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성명의 문구는 당사자인 김 위원장의 사망을 직접 애도하는 구체적인 표현을 삼가고 북한 주민들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미국 정부 안에서 미국 내 여론 등을 감안해 고심 끝에 나온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와도 성명 문구를 긴밀히 협의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새 지도부란 말을 거듭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들으신 대로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새 지도부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고요.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평가나 그로 인한 미북관계 변화 등을 전망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북한에 새롭게 들어선 지도자나 지도부의 향후 행보를 보고 이를 판단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문: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역시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의 우발적인 긴장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19일 한미 두 나라 외교장관 간의 전화통화, 또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통화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일본 외무상과 만난 후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 즉 권력이양을 원한다고 말한 클린턴 장관은 김성환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게 두 나라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앞서 전해 드렸지만 클린턴 장관은 또 미국이 북한 주민과의 진전된 관계를 원한다는 뜻도 밝히고 있습니다. 또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도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한반도 안보태세와 관련해 ‘신중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김 위원장 사망으로 민감한 북한 군부 등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문: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진전을 보이던 미북 간 대화 움직임이 일단 멈춰진 느낌인데요, 어떻습니까?

답: 네, 지난주 미국과 북한은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했고, 물론 미국 행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곧 발표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또 지난주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일본, 중국 3국 순방을 통해 관련국들 간의 의견 조율을 마쳤고 북한이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보임에 따라 이번 주에 중국 베이징에서 제3차 미북 고위급 대화가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앞으로의 미북 간 대화 재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은 일단 김 위원장의 애도 기간이 끝난 후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면서 향후 대북접촉 방향을 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