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민, 북한군 집단묘 기념물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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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취자 여러분께는 생소하실지 모르겠지만 1960년 대 150명의 북한 공군이 베트남, 즉 윁남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당시 숨진 14명의 북한군 전사자 유해가 하노이 외곽의 집단 묘지에 묻혀있다 2002년 6월 북한으로 송환됐지만 묘지 터는 현재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1965년~1968년 당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북한 공군의 유해가 매장됐던 베트남 내 북한군 집단묘지가 유해 송환 뒤에도 비석 등이 그대로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인터넷 신문인 ‘베트남넷’은 7일 베트남전 참전 북한군 사망자 14명의 유해가 30여 년 만인2002년 6월 마침내 북한으로 송환됐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묘지 터를 돌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묘지 인근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당시 북한의 대표단이 북한군 집단 묘지를 방문해 유해를 발굴했지만 이 중 하나는 뼈가 묻혀 있지 않은 빈 묘지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 집단묘지를 자발적으로 돌봐 온 인근 베트남 주민들은 묘지가 조성될 당시 상황도 비교적 자세히 전했습니다.

한창 베트남전이 진행 중이던 1967년 당시 북한인들이 묘지 후보지로 여러 지역을 둘러 봤지만 이 곳 언덕이 북한이 위치한 동쪽을 향해 있어 낙점됐습니다.

이역 만리 낯선 타국 땅에 묻혀 있지만 죽어서나마 고향을 향해 누워 있으라는 배려였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또 당시 비교적 쾌활했던 북한 군인들이 희생자가 발생한 날이면 매우 과묵해졌으며 크게 소리 내 울기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군 지휘부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베트남전 참전 북한군의 유해 송환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시 전쟁에서 희생된 뒤 이국 땅에 묻혀있던 비행사들을 북한으로 데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묘지를 만들어줬다는 겁니다.

북한은 베트남전에 24명의 조종사를 포함해 150명의 공군을 파병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외교관과 관리들은 주로 인민군 창설 기념일인 4월25일 묘지를 참배했지만 2002년 유해 송환 뒤에는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베트남은 최근 들어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라디오 TV 녹취: 김영남 위원장은 2011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베트남과 북한 양국은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김영남 위원장은 2박 3일간의 이번 베트남 방문 때 호찌민 묘소와 전몰장병기념탑에 헌화했지만 북한 공군 집단묘지 기념물은 찾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