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송에 약간 비췄는데, 그것을 봤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가짜다. 진짜 월북했으면 (북한 당국이) 대단하게 환영행사를 했죠."
북한의 대외연락부 공작원 출신 김용규 씨가 22일 통일부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증언한 내용입니다.
김 씨는 1976년 북한공작원으로 남파됐다가 한국에 귀순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1966년 월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국군 안학수 하사가 자진 월북자로 북한 방송에 나왔다"면서 "탈출 과정에서 붙잡혀 총살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용규 씨의 말입니다.
김용규: 북한에 있을 때 안학수 하사는 베트남에 파병돼 자진해서 월북한 걸로 방송에 나왔습니다. 근데 몇 년후에 보니까 결국 탈출하는 과정에서 평양에서 총살됐습니다.
김 씨는 또 안 하사가 납북된 후 대외연락부에서 대남 공작원으로 활동했다면서 1976년 기무사령부에서 이미 진술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의 주장대로 기무사의 문건에는 안 하사가 1975년 말 북한을 탈출하다 체포돼 평양에서 간첩 혐의로 총살당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이 문건은 30년간 열람할 수 없는 비밀문서로 분류됐다가 최근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김 씨의 증언을 확보하고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안 하사가 1967년 북한 방송에 출연했다는 점을 들어 월북자로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안 하사의 가족들은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안 하사는 월남 호치민 인근 붕따우에서 병원 통신병으로 근무하다가 월남 공산당에 의해 납치된 후 북한에 인계됐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습니다.
이로써 안 하사는 43년 만에 ‘월북자’에서 ‘월남 전쟁 국군 포로 추정자’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