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중 방문 허용 ‘그림의 떡’

신의주에서 출발한 6량의 정기열차가 단둥역에 도착하기 위해 '중조(북)우의교'를  통과하고 있다.
신의주에서 출발한 6량의 정기열차가 단둥역에 도착하기 위해 '중조(북)우의교'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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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에 친척이 있는 주민들에게 전향적으로 친척 방문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학수고대하던 친척방문의 기회를 잡고도 중국 방문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그 속사정을 전해 드립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주민들의 중국 친척 방문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척 방문을 최대한 억제해 오던 것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조치입니다. 또 이를 두고 청년 대장의 특별 배려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중국방문 신청을 망설입니다. 평안북도에서 친척 방문차 중국에 왔다는 60대 이 모 씨의 말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씨는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서 여권을 만드는 단계부터 중국으로 넘어갈 때까지 너무나 많은 돈이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여권을 신청하고 중국 입국비자와 출국증명서를 손에 쥐기까지에는 수수료 이외에도 보위부등 관계기관 간부들에게 뒷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 미화 500달러 이상의 큰돈이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높은 이자를 주고 빚을 내가면서 중국 방문 비용을 마련한 뒤 중국 친척에게 방조를 받아 이 빚을 갚는 실정이라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중국 친척의 방조가 적으면 빚조차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선뜻 중국 방문길에 나서기 가 어렵다는 얘깁니다.

또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후유증도 크다고 이 씨는 말합니다.

중국에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변의 당이나 보위부 간부 등이 부탁한 선물을 사와야 하고 주변 동네사람들에게도 중국방문 기념으로 한턱을 단단히 내야해서 이 비용만도 몇 백 달러는 들어가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친척으로부터 웬만큼 방조를 받아서는 잘못하면 빚더미에 올라앉기 십상이고 실제로도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이 씨는 강조했습니다.

중국 연변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박 모 씨의 얘기도 비슷합니다.

박 씨도 몇 년 전, 자신을 찾아온 숙부에게 자기 형편으로는 큰돈인 2,000 달러를 어렵게 만들어 줬는데, 숙부가 이렇게 받아가도 남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해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도 사정을 듣고는 숙부에게 "차라리 인편으로 가끔 돈을 좀 보내 줄 테니 이제는 더 이상 중국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합니다. 숙부가 섭섭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러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박 씨는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또 중국에 친척 방문을 왔다가 친지로부터 기대했던 만큼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중국에서 돈을 좀 벌어서 귀국 하려다가 출국 기간을 넘겨 본의 아니게 탈북자 신세가 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벌이 두려워서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서 불법 체류하며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입니다.

박 씨는 어려운 처지의 친척을 도와주고는 싶지만 인도적 차원의 친척방문 여행마저 돈벌이수단으로 이용하는 북한 당국의 처사 때문에 예상치 못한 애로점이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중국 문화 혁명 당시 탄압을 피해 북한으로 넘어간 중국 조선족 출신의 북한 공민과 재일 조총련 출신의 북한 공민들이 다수 있습니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고대하고 있고 또 실제로 해외의 친척들도 이들을 돕고 싶어 하지만 북한 당국의 폐쇄성 때문에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