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 이후 첫 민간단체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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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북민간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17일 북한을 방문해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제사업’은 경기도와 대북민간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것입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5월부터 방역사업을 전개하려고 했지만, 3월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으로 미뤄져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을 그 동안 계속 불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운데 17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방북을 허용한 것입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정부는 5.24 조치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지만 접경지역 말라리아 방역이 남북한 주민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고, 지원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이번 방북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방북은 하루 일정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떠난 방북단은 목적지인 개성에 도착하자마자 북측에 방역물자를 전달하고, 사용방법을 설명한 뒤 곧 바로 오후 4시경 귀환했습니다.

이날 북한은 남쪽 방문단을 맞이하기 위해 민족화해협의회에서 3명의 실무자가 나왔습니다.

의료진 1명과 실무자 2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은 방역물자 전달을 위해 15톤 트럭 2대를 이용했습니다.

북측에 전달한 방역물자는 말라리아 진단도구 12만 개와, 유충살충제 1톤, 모기향 40만 개 등 모두 합쳐 4억 원 규모입니다.

한국 돈 4억 원은 미화로 40만 달러 상당의 금액입니다.

이번 방북길에 올랐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국장의 말입니다.


홍상영:

앞으로 2차 물자를 또 보내야 하거든요. 이번에 2차 물자를 보내는 시기도 의견을 나눴는데요. 그 때는 물자 효과와 관련해서 북한 전문가들과 협의할 계획입니다.

올해 상반기 모기 방역작업을 못하면서 최근 북한 휴전선 일대 모기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급증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올 여름 북한 지역의 모기가 휴전선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와 이 일대에 거주하는 남쪽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료진 일원으로 방북하고 돌아온 가천의대 박재원 교수의 얘깁니다.

박재원:

북측의 말라리아 환자들이 남측에 말라리아가 발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염원입니다. 그런 감염원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남북 말라리아 공동 방역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번 방북으로 다른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도 방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5.24 대북조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고, 한국 정부가 이번 방북에 대해선 ‘예외적’이었다고 분명히 밝힌 만큼 다른 단체들의 방북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