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9월 중순 방북 가능성”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미북대화를 위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여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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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28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방북 시기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다음 달 7일 노동절 연휴기간을 이용한 휴가를 마치고, 30일 총선 이후 등장하는 일본의 새 정부가 출범할 다음 달 중순께가 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한국 정부와는 이미 지난 23일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미국 정부의 조문사절단 일원으로 방한해 관련 논의를 마쳤다는 분석입니다.

리언 시걸: Of course, he'll go. How else we are going to fix the problem?...(더빙)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당연히 북한에 갈 겁니다. 이 외에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 미국 정부 관리들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나면 북한과 할 양자 대화에서 어떤 식으로 협상을 끌고 갈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겁니다. 이게 윤곽이 잡히는 대로, 보즈워스 대표는 평양에 갈 겁니다.

시걸 국장의 이 같은 전망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조만간 6자회담 참가국을 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이 시기에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27일 밝힌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월 보즈워스 씨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 클린턴의 특사 가능성을 예견하는 등 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논의를 잘 파악하는 인사라는 평가와 맞물려 시걸 국장의 발언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시걸 국장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 25일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당장 북한에 갈 계획이 없다(no immediate plans to visit)고 한 입장 표명을 사소한 표현상의 문제라고 평하면서, ‘당장 북한에 갈 계획이 없다’는 말은 ‘당장 내일 북한에 갈 계획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올해 초 미국 측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희망했을 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시걸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를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의 조건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았을 따름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할 경우, 어떤 전제조건도 달지 말아야 한다고 시걸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일단 북한과 양자회담을 시작하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북한이 이미 사실상의 핵보유국(a de facto nuclear state)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몇 년간 핵무기를 소유해왔다는 사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나 미사일을 추가로 개발하거나 발사하는 움직임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고 시걸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첫 협상 시나리오는 북한이 추가 핵무기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지 않는 대가로 대북 제재의 일부를 완화하는 겁니다. 이어지는 추가 협상을 통해 미국은 북한 측에 대규모 식량지원, 에너지 지원, 농업 지원, 정상 회담(summit meeting)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시걸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시걸 국장은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개발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장치가 거의 없는 만큼, 미국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통해 추가적 도발행위를 막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