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제16차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이 한국에 1대3으로 지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70년대 북한 여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강옥순 선수가 감독을 맡아 선전을 기대했지만, 현격한 기량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19년 만에 남북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여자 배구.
21일 경기가 열린 대만의 타이베이 국립대만대학교 체육관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아시아 선수권대회 8강전인 이날 경기는 런던올림픽 세계 예선전 출전권이 달려 있어 매우 중요했습니다.
남북 대결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북한은 경기 시작부터 몸놀림이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힘과 높이에서 한국에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수비력이 비교적 강한 북한이지만, 한국의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국은 공격수 김연경이 고공강타를 퍼부으며 1세트를 25대 20으로 따냈고 2세트에서도 강한 서브와 가로막기를 앞세워 25대 14로 이겼습니다.
쉽게 질 것 같았던 북한은 3세트에 들어 공격수 정진심의 후위공격이 살아나면서 25대 23으로 힙겹게 세트를 따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기세는 여기까지였습니다.
4세트에 들어 다시 기량 차이가 벌어졌고 결국 14대 25, 세트 점수 1대 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역대 남북대결에서 6승 2패로 한국이 계속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대한배구연맹 경기부 김용민 과장의 말입니다.
김용민:
북한은 아시아 4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과 비교하면 위기관리 능력이라든지 기본기 등에서 수준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 감독은 악수를 교환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한국의 김형실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과 같은 호텔을 사용해 김치와 고추장도 나눠 먹고 사이좋게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강옥순 감독도 “남북 동포가 이렇게 만나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좋은 일”이라고 말해 동포애를 발휘했습니다.
북한 여자 배구는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강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정권 수립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72년 뮌헨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에는 명공격수 강옥순이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였습니다.
뮌헨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선수로 뛰었던 조혜정 씨의 말입니다.
조혜정:
강옥순 선수를 기억해 보면 듬직하면서 팀을 잘 끌고 갔던 선수였고, 힘이 좋은 선수로 강타를 때리는 선수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얼굴도 참 잘 생겼던 기억이 납니다.
강옥순은 그 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으며,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2009년 2월에 발행한 화보 ‘조선’에서는 강 씨가 “북한군 4.25체육단 배구 책임감독을 맡아 후배 육성에 힘쓰며 체육 기술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