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시시설 복구 위해 주민 동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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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때아니게 전시용 우물과 인민반 경비초소의 복구에 주민동원령을 내려 수확기를 맞아 가뜩이나 바쁜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들까지 돌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고양이 손발도 빌린다’는 바쁜 가을철에 때 없이 인민반 우물과 경비초소들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려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시와 함께 남북한 정세가 긴장하다는 유언비어까지 돌면서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갑자기 인민반 우물과 경비초소들을 보강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새벽마다 주민들이 우물파기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며 “정말로 지금 남북한 간의 정세가 매우 긴장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우물에 지붕을 씌우고 인민반 경비초소를 다시 짓는데 매 세대 당 (북한 돈) 400원씩 거두고 블로크도 두 장씩 바쳐야 한다”며 “동 사무소와 시당 민방위부에서 검열을 나와 10월 10일 이전까지 무조건 완성하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인민반 경비초소는 지난 1998년 ‘고난의 행군’으로 사회적 혼란이 조성되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매 인민반마다 지은 경비시설이라고 합니다. 인민반 우물은 전쟁이 나더라도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2001년에 주민들을 동원해 인민반마다 파놓은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비초소는 그동안 사용되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아 판자로 된 지붕과 문짝을 모두 뜯어가고 벽체까지 허물어져 그 흔적조차 남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인민반 우물 역시 판자로 된 지붕을 다 뜯어간 데다 주민들이 우물에 쓰레기들을 버려 지금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방치된 우물과 인민반 경비초소를 다시 복구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일부에서는 전시동원 태세를 검열하는 ‘국방위원회 검열’이 곧 들어온다는 소문이 도는가 하면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우물과 인민반 경비초소들을 복구하느라 가정세대마다 돈을 거두어 건설자재들을 사들이고 새벽마다 우물파기에 동원돼 찬 물속에 작업을 해야 하는 주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여름 내내 무얼 하다가 이렇게 바쁜 가을철에 난리냐”는 주민들의 불만을 이야기하면서 “전기를 못주면 물 공급이 안 되니까 우물이라도 파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라는 (노동)당의 배려인가?”라는 주민들의 야유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