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기사정으로 수돗물 공급이 안 되는데다 큰물피해로 수도관까지 파괴되면서 북한의 수도는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주민들 속에서 수동펌프 수도가 인기라고 하는데요. 노인세대의 아련한 추억으로나 남았을 법한 수동펌프 수도가 다시 북한에 등장하게 된 사연,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970년대 초에 전국의 수도화를 끝냈다고 자랑하던 북한에서 이제는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동펌프수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가격도 보통 북한 돈 4만원에서 6만원까지 적지 않지만 장마당에서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주민은 “이젠 웬만한 집들은 다 수동식 펌프수도를 놓는 추세”라며 “지어 아파트 1층에 사는 가정세대들이나 시당 책임비서, 조직비서와 같이 큰 간부들의 집들도 수동펌프 수도를 설치해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수동펌프수도가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해가 갈수록 더 악화돼가는 상수도 환경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겨울이면 전기가 제대로 오지 않아 수돗물 공급이 되지 않는데다 설사 전기가 온다고 해도 수도관들이 낡아 물이 나오지 않는 지역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경우만 해도 도시경영사업소에서 관리하는 상수도 수원지의 정화시설이 낡아서 조금만 큰비가 오면 시커먼 흙탕물이 그대로 수돗물로 나오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올해에는 여름철에도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서 그나마 나오던 수돗물도 끊겼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강이나 멀리 떨어진 우물에 물을 길러 다니던 주민들이 이제는 아예 상수도를 포기하고 스스로 쫄장(지하수 관)을 박고 수동식 펌프수도를 설치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도 “가정집들은 물론이고 공장기업소들까지 다 펌프수도를 사용한다”면서 “장마당에 나가보면 수동식 펌프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수동펌프는 양강도의 ‘5월 8일 혜산림업기계공장’과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길주 농기계공장’, 청진시에 있는 ‘5월 10일 나남탄광기계공장’ 생필직장들에서 노동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불법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전기사정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는데다 상수도관들도 낡을 대로 낡아 이러한 수동펌프 수도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혜산림업기계공장’에서 나오는 수동펌프 수도는 쇳물을 주조할 때 찌꺼기들이 많이 붙어있어 보통 4만 원정도면 살 수 있지만 길주, 청진에서 나오는 펌프수도는 품질이 좋아 6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 공장에 출근해 간부들의 눈을 속여 가며 이와 같은 수동펌프 수도를 만든다든지, 자물쇠나 쇠 빗장, 문고리와 같이 장마당에서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 생활비에 보태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