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주최의 국제역도 즉 역기선수권대회 초반에 북한 선수들이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들어 올리는 등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국가 지도자 칭송 일색인 입상 소감의 반복은 아쉽다는 현지 반응입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서 40년 만에 열리는 국제역도선수권 대회에서 북한이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자 56kg 엄윤철 선수가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다음날에도 62kg 김은국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주말 내내 시상대의 단골 손님은 북한이었습니다.
특히 엄 선수는지난 21일 경기에서 중국 선수에 뒤지던 용상 즉 추켜들기 2차 시도에서 자기 체중의 3배가 넘는 171kg의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이튿날인 22일 출전한 62kg 김은국 선수는 인상 즉 당겨들어올리기에 1위를 했지만 추켜들기에서 중국선수에 뒤지며 종합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북한은 대회 사흘까지 남자 56kg 엄윤철이 추켜들기에서, 그리고 62kg 김은국이 당겨들어올리기에서 각각 1위에 올랐고 지난 21일 열린 여자 48kg에서도 18세의 리성금 선수가 추켜들기에서 1위를 기록해 금메달 3개, 그리고 체급별 종합 평가에서 금메달 하나, 은메달 하나를 획득해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이 대회 초반부터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지만, 메달 수상자의 소감으로 등장하는 국가 지도자를 향한 일관된 칭송은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반응입니다.
대회 첫 금메달 기자회견이 열렸던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조지 브라운 박람회장에서도 정치 지도자의 가르침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북한 선수의 답변이 반복됐습니다.
엄윤철 선수: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금메달을 쟁취하게 된 것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거둔 성적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입니까?
엄윤철: 2014년 한국 인천 아시아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입니다. 금메달을 가지고 조국에 돌아갔을 때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함께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자였던 영국 언론인 브라이언 올리버 기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매년 국제대회에서 엄 선수를 봤지만 수상 소감은 매번 같은 내용이었다면서 오히려 소감으로 국가 지도자를 언급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이언 올리버: 런던 올림픽과 카자흐스탄 국제선수권대회 등 엄 선수가 활약한 거의 모든 세계대회를 취재했지만 매번 같은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북한 선수의 반복되는 수상 소감이 젊은 지도자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했던 국제사회에 실망을 주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나지브 나라얀 국제 엠네스티 인권조사관: 스위스 유학을 했던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가 되면 북한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선수들 발언만 봐도 변한 것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나지브 나라얀 인권 조사관은 금메달 수상자들이 자유롭게 스스로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고 정치적 발언만 반복하면서 북한이 세계와 더욱 멀어지고 고립되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국제역도선수권 대회는 전세계 98개국 609명의 선수가 남자 8체급 여자 7체급 등 15체급에서 경쟁을 펼칩니다.
북한은 남자 6명 여자 6명이 등 12명이 출전했고 한국은 모두 19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