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전합니다.
현재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서 진행 중인 긴급 식량지원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미화 5억 364만 달러 규몹니다. 9일 현재까지 조성된 자금은 모두 1천 300만 8천493 달러로, 모금액 목표의 3%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숩니다.
이에 따라, 대북 지원사업에 들어갈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이 한국정부에 다시 식량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식량계획은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이 신임 평양사무소장으로 내정된 토빈 듀씨가 이달 말 북한에 부임하기에 앞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세계식량계획은 일축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세계식량계획 베이징 사무소의 레나 사벨리 대변인입니다.
레나 사벨리
: We don't do that that frequently. Right now, there's no plan of anybody going to ROK....(세계식량계획은 그렇게 자주 관계자를 서울에 파견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세계식량계획 관계자를 보내 한국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습니다. )
사벨리 대변인은 지금 시점에서는 9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열흘간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식량계획 (WFP)이 현지에서 진행할 작황 조사의 결과를 보고,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정확한 식량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레나 사벨리
: It's quite reasonable for the ROK government to wait for the outcome of the FAO/WFP assessment. Everybody is curious to see what will be the impact if the food shortage...(한국정부가 현지 작황조사결과를 본 뒤,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에서 올해 16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얼만큼 식량이 부족한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테니까요. )
세계식량계획의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이 8월과 10월 사이에 기아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며, 지난 몇 달간 한국 정부에 수차례에 걸쳐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 주목을 끕니다.
앞서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7월 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장을 서울에 보내, 대북 긴급지원사업에 한국정부가 최대 공여국이 되기를 희망했고, 지난 8월에는 미화 6천만 달러 정도의 식량지원이 필요하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외교 전문을 로마 한국대사관에 보냈기도 했습니다.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비롯한 식량지원국에 대북 식량지원을 거듭 강조했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태도 변화가 북한의 식량난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세계식량계획은 “다음 달 작황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직접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며 한 발 비켜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규모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지원시기와 규모,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한국정부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만 답했습니다.
레나 사벨리
: We hope that ROK will come through either now, or at the end of November as they are saying, or perhaps next year...(한국정부가 지금이라도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주면 좋지만, 현재 한국정부가 말하듯이 11월까지 결정해주어도 좋고, 안되면 내년이라도 좋습니다. )
이에 대해,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현재 50만 톤의 대북 식량지원을 약속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국제사회의 추가지원이 불투명한데다, 세계 곡물가격 상승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대북 긴급 지원사업을 계속해야 할 세계식량계획으로서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6년 이래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북한에 모두 1억 2천770만 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고, 지난해는 세계식량계획에 2천만 달러를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