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운동 경기에서 남북대결은 늘 치열합니다. 지난 29일 끝난 여자 축구 준결승전에서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쳤는데요. 비록 경기에선 남측이 졌지만, 경기장을 찾은 남측 관중들은 모두가 승자라며 양 팀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인천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아리랑 응원)
지난 9월 29일 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축구 준결승전. 결승 진출을 놓고 남북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이날 두 팀의 맞대결만큼이나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열띤 응원전이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는 남측을 응원하는 붉은악마를 비롯해 남북 양측을 모두 응원하는 남북공동응원단과 아시아경기대회청년응원단, 그리고 북측을 응원하는 북한 선수단까지 여러 응원 단체가 나왔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응원구호가 있었는데 붉은악마는 역시 ‘대~한민국!’을 외쳤고, 북측 선수단은 양손에 인공기를 흔들며 힘내라고 외쳤습니다.
남북공동응원단은 ‘하나된 코리아! ‘통일 슛 골인’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통일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습니다.
(현장음) 통일조국~! 통일조국~!
경기종료 호루라기가 울리고, 결국 북측이 남측을 2대로 1로 이겼습니다. 남측 관중들은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열심히 뛰어준 양 팀 선수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승리를 거둔 북한 여자대표팀은 경기를 마친 뒤에도 바로 운동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을 해준 남측 관람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북한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남북공동응원단 회원 : 남북이 한팀으로 됐으면 당연히 세계 최강이죠. 축구도 단일팀 만들어서 과거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처럼 하나된 팀으로 우승하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북 대결이 있을 때 남측 관중들은 남측 팀만을 응원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돼 있지만, 경기장에선 이념과 체제를 떠나 오로지 선수들만을 생각했습니다.
인천 시민 : 이왕 우리 북측 팀이 결승에 갔으니 반드시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우승하리라 믿습니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도 “남측 인민들이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꼈다”며 북측을 응원해준 남측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