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땔감 가격 상승으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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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현상으로 한반도에 기습한파와 맹추위가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땔감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던 지난 15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정남(가명) 씨는 함경북도 한 국경 지방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겨울에 난방용 땔감을 사야 하는데 값이 너무 비싸 도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아유~ 나무도 뭐 우차로 해서 한 달구지에 3천 원씩 한대요. 우차라는 것은 나무를 패지도 않고 내려놓은 것을 바로 치고 가는데, 바로 그 한 달구지에 3천 원씩 한대요. 두꺼운 통나무 같은 것은 비싸서 간부들이나 사서 때고….”

도시는 물론 지방까지 가스화가 된 한국과 달리 석탄이나 나무로 밥을 해먹고 방을 덥혀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겨울은 두렵기만 합니다.

현재 김 씨네 가족이 살고 있는 지방에서는 나무 한 달구지(우차)에 3천원, 굵은 나무는 7천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그것도 해마다 줄어드는 산림 면적 때문에 거의 다 민둥산이어서 나무를 하자면 보통 20~30리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상청은 올해 겨울 이상기후 현상으로 형성된 북부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한반도에 기습 한파와 맹추위가 몰아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맹추위에 나무불을 땔 수 없는 도시 근로자들은 치솟는 석탄 가격 앞에 근심이 앞선다고 합니다. 김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석탄 생산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개인들이 캐는 갈탄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막 좋은 탄은 한 달구지에 1만 5천원도 부르고, 약간 나쁜 것은 7천원~8천원도 부르고 1만원도 하고 지금 겨울나이 때문에 요란해요. 다 제 구루마를 끌고 다니고, 산에 돌아다니고…”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탄광에서는 석탄 1톤에 2만원. 한 가정이 겨울을 나자면 보통 3톤가량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6만원이 있어야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소립니다. 2천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노동자로선 엄두도 낼 수 없는 거액입니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자, 유선 탄광마을 주변에는 개인 ‘사굴’이 옹기종기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회령 출신의 한 탈북자가 말했습니다.

개인 사굴이란, 탄광 주변에 개인들이 가족이나, 친척 등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굴을 뚫고 탄을 캐는 굴을 말합니다.

이 탈북자에 의하면 이 사굴에서 캐내는 석탄은 하루 1~3톤. 시세로 보면 석탄 값이 비싸 괜찮을 것 같지만, 사굴 작업은 죽음을 동반한 고역이라고 말합니다.

왜냐면 수직으로 70~100미터 가량 뚫고 내려간 사굴 갱에 로프나 공기환기 장치도 변변한 것이 없어 사람들이 석탄을 캐다 로프가 끊어지거나, 정전이 되어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면 질식되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인민보안서와 인민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이런 개인 ‘사굴자’들에게 석탄을 바치라고 요구해 사실 부대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이처럼 땔감걱정, 식량걱정, 김장걱정은 북한 주민들이 겨울이 되기만 하면 겪어야 하는 만성적인 ‘3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