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월드컵 축구대회의 중계 방송을 직접 시청하지 못할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가 중계 장면을 북조선에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점차 악화하는 남북한 관계를 감안할 때 무상 제공이 한국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남한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가 남아프리카 월드컵 축구대회의 중계 화면을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고 하지요. 무슨 내용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과거 월드컵 축구대회를 북한에 무상으로 중계해 준 적이 있습니다. 현재 북조선과 조선반도의 중계권을 가진 한국의 방송사 서울방송(SBS)이 이와 관련해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SBS가 공짜 중계와 관련해 하는 협상은 정부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10일 "경기 화면의 대북 송출은 SBS의 결정 사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보인 북한의 도발적 태도를 감안할 때 북조선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방송 전파도 대북 반출과 관련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해 무상 중계를 더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가 이전에는 어떻게 북한에 무상으로 월드컵 축구를 중계했습니까?
기자: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을 당시 북한의 요구대로 결승전과 준결승전 화면을 북한에 송출했습니다. 위성 사용료를 비롯해 중계에 들어간 경비 1억5천만 원 (미화 13만 2천여 달러)은 남북교류협력기금과 방송발전기금 등으로 충당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별도 대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외에도 각종 국제 경기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에 경기 용품과 소요 경비 등을 제공한 바가 있습니다. 이 같은 무상 중계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이른바 '퍼주기'라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북한에 했던 지원의 일환입니다.
앵커: 그간 북한과 SBS가 무상 중계와 관련해 벌였던 협상의 경과를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양측은 작년 8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베이징에서 만나서 협상했습니다. 북한은 무상으로 중계를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SBS는 북한의 현금 제공이 어렵다고 보고 SBS가 북한 내에서 방송물을 제작하는 데에 협력을 해달라고 요구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5일 팩스를 보내와 추가 협의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SBS는 현재 남북한 간의 미묘한 기류와 북한의 도발적인 태세 등을 감안해 협상을 미루어 놓은 상태입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SBS가 북한에다 월드컵 중계를 하겠다고 전파 반출과 관련해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용 또는 불허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가 이처럼 무상 중계를 불허하는 방침으로 가려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우선 날로 악화하는 남북 관계 때문입니다. 한국의 해군 함정인 천안함이 침몰한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연계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금강산 지구에 있는 남한 측 자산을 압수하거나 동결하는 도발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 씨를 죽이려고 암살조를 파견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SBS가 북한에 공짜 중계를 할 경우 이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분석됩니다. 두 번째로는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이유를 들 수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무상 중계료를 세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SBS라는 민간 기업이라도 자체 예산을 들여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지구에 있는 한국 자산을 막무가내로 압수한 상황에서는 이를 허용할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중계를 원하면 거기에 상응한 대가를 SBS에 지불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앵커: 북한은 5일 SBS에 팩스를 보내 중계권과 관련한 협상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이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SBS에 매달리는 속사정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 속사정은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은 1966년의 8강 신화를 재현해서 강성대국으로 가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북한의 승전보를 텔레비전으로 바로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축구팀은 작년 10월, 올해 1월 프랑스와 터키에서 전지 훈련을 했습니다. 김정훈 감독은 8일 스위스로 전지 훈련을 떠나며 조선신보와 한 회견에서 "조별 연맹전의 통과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이 많은 돈이 들어가는 전지 훈련은 북한이 강성대국으로 가는 분위기 만들기와 연관이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이 16강이나 그 이상으로 진출한다면 중계 방송은 민심을 한데로 모으는 데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계권 협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은 SBS와 협상하면서 무료 중계 외에 별도의 돈을 요구했다면서요?
기자: 통일부 관계자는 11일 북조선이 남아공에 파견하는 자국 기자의 숙식비와 취재비는 물론 현지에서 방송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까지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SBS는 북한 내의 취재 협조 외에는 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무상 중계를 제의했는데 북한이 이런 용도의 돈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같은 행태는 북한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공짜 원조에 길들여져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SBS는 "중계권을 공짜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확인했습니다.
앵커: 협상이 끝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 주민은 월드컵 축구의 중계를 볼 수가 없습니까?
기자: 한국의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북한은 아시아방송연맹(ABU)에 긴급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에도 조선반도의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의 양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SBS와 한국 정부가 북한 인민의 시청권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북한은 전파를 무단으로 수신해 해적 방송을 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 남조선 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공짜 중계의 불가 쪽으로 흐릅니다.
앵커: 남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나요?
기자: 가정에서 대형 화면의 텔레비전을 주로 봅니다. 이와 함께 서울 시내의 여러 극장에 모여 고화질의 입체 영상과 생생한 음향을 즐기면서 보기도 합니다. 일례로 150개 스크린을 통해서 경기를 중계하려는 롯데시네마라는 극장만도 6만 명이 넘게 신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국의 서울방송(SBS)이 북한에 월드컵 축구 경기를 무상으로 중계하는 문제와 관련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