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는 지금, 북한에도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영상이 재편집됐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개막된 브라질 월드컵을 북한 주민들도 안방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의 한 주민은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여기서도 뜨겁다"면서 "축구 방영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땀을 철철 흘리며 퇴근해 텔레비전에 마주 앉는다"고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특히 저녁 8시가 되면 농촌전투에 동원됐던 주민들도 일을 미리 끝내고,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든다면서 도중에 정전이 될까 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일부 축구 애호가들은 브라질 월드컵 대전표(대진표)를 수첩에 써가지고 다니며 해설원처럼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대표팀이 출전했던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웬만한 주민도 축구경기 규칙을 통달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북한은 월드컵 개막 장면을 포함해 매일 약 50 분 가량 재편집된 녹화 영상을 틀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영상이 남한 방송사의 영상을 재편집했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대부분 사람들은 월드컵 경기가 어떻게 송출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자기도 영상이 편집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TV 왼쪽 상단에 있는 횃불 모양의 마크를 몇 년 전에 북한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 월드컵 영상도 그 위성을 통해 직접 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안방에서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과 조선중앙방송이 무료 중계권 제공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은 중계료를 내지 못하는 북한과 라오스 등 일부 가난한 나라들에 월드컵 화면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한 방송사가 송출한 영상을 재편집 하는 방식으로 브라질 월드컵을 녹화 중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텔레비전이 방영하는 영상에서는 남한 방송사가 표시했던 점수표가 모자이크로 지워지고, 대신 중앙텔레비전 마크가 붙어있고,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던 방송사의 이름도 없어지고, 거기에 점수표가 들어앉았습니다.
그리고 남한 해설원들의 해설도 다 빼고, 김철웅과 리기철 등 북한 해설원들이 출연해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한편, 요즘 북한 부유층들은 월드컵 등 세계대회가 진행되는 현장을 직접 가보고 싶어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중국 화교는 "재일교포나 돈 있는 사람들은 월드컵 개최지에 가서 축구경기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한다"면서, "그 만큼 자금력이 풍부해진 부유층들은 해외여행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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