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등탑 심리적 영향력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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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달 중순부터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등탑이 점등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인민군 출신 탈북자들은 애기봉의 심리적 영향력이 ‘과거보다 요즘 더 클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애기봉. 해발 155m인 이곳에 30m 높이의 등탑이 서 있습니다. 이곳에 불을 밝히면, “날이 좋을 땐 개성에서도 보인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등탑은 지난해 12월25일 성탄절을 맞아 7년만에 처음으로 불을 밝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성탄절 직전에 기독교 단체의 등탑 점등식을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해당 교회는 “점등 행사는 순전히 종교적 목적으로 기획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일정이나 점등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애기봉 점등행사는 “성탄의 기쁜 소식이 북녘의 동포에게 전해지고 평화가 다가오길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교회측은 말하지만, 북측은 이 행사를 심리전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합니다. 인민군 출신 탈북자 모임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장세율 사령관입니다.

장세율

: (北 군부가) 등탑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 등탑을 밝히면 애들이 잠을 자지 않고 나와서 구경해요. 그걸 보면서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요. 애기등탑을 보면서 ‘남한이 잘산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죠.

장 사령관은 “과거 1970-80년대엔 ‘애기봉 등탑의 밝은 불빛은 남한의 심리전 수단일뿐이며, 남한의 실상은 처참하다’는 식의 교육이 북한 병사들에게 어느정도 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요즘 북한 병사들은 장마당에서 구입한 남한 물건을 쓰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장세율

: 옛날 우리때보다는 지금 영향력이 더 파급적이라고 봅니다. (병사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상태에서 등탑을 다시 보게 되면, 병사들 속에서는 남한에 대한 동경이 많이 생기게 되는 거지요.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의 요구로 남측은 선전 활동을 중단한 바 있으며,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도 같은 맥락에서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천안함 폭침에 이어 한국의 국방부는 대북 FM 라디오 방송을 실시하고 대북 전단을 보내는 등 선전 활동을 재개했고,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점등 행사도 7년만에 재개됐습니다.

남한의 종교단체가 애기봉에서 점등식을 갖기 시작한 건 휴전협정 이듬해인 1954년부터이고, 높이 30m의 등탑이 새워진 건 1971년입니다.